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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고층 빌딩들. 사회적 합의 없는 초고층 랜드마크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박수현 기자 |
- 해안경관 보호 나서야
초고층 '랜드마크'로 경제와 관광을 한꺼번에 잡겠다는 부산시의 개발 행정이 오히려 해안선을 망가뜨린다는 비판이 많다.
2년 가까이 난개발 논란을 빚고 있는 부산 남구 용호만매립지의 경우 '국제공모'가 초고층 개발의 길을 여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편법까지 동원해 초고층을 허가하다 보니 2007년 해수욕장 주변 건축물 높이를 60~75m 이내로 제한했던 '해안경관지침'은 완전히 사문화됐다.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과) 교수는 "마천루들이 종합적인 도시관리·교통·경관·미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여기저기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다"며 "미래 부산의 비전과 전략에 대한 범시민적 공감대가 없다 보니 '지역 경제 발전'이라는 개발 논리를 이겨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용호만매립지 국제설계공모전 작품발표회가 열린 지난 17일. 74층짜리 4개 타워로 구성된 프랑스 A.S.A사의 '오션 게이트(OCEAN GATE)'가 당선작으로 발표되자 부산시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25층 이하 오피스텔'로 묶인 용호만 지구단위계획을 '초고층 아파트'로 바꾸는 데 대해 특혜 논란이 일자 궁색한 변명을 한 것이다.
건축에서 랜드마크란 '도시를 대표하는, 눈에 띄기 쉬운 특이성'이다. 말 그대로 1, 2개면 적당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이다. 용호만매립지의 북쪽인 부산 해운대구 마린시티(옛 수영만매립지)는 50층 이상의 초고층으로 가득 찼다. 재건축을 앞둔 서쪽의 광안리 해안가 10개 아파트 단지도 70층 내외의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주변에 이미 수십 개의 '랜드마크'가 완공됐거나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준공예정 포함)은 부산이 39개 동으로 전국(125개 동)에서 가장 많다. 서울(19개 동)보다 배 이상 많다. 31층 이상 건물은 부산에만 157개 동에 달한다.
문제는 이들 초고층 건물이 대부분 해안선에 집중됐다는 데 있다. 국내 최고층 주거시설인 '두산위브더제니스'(최고 80층)와 '해운대 아이파크'(최고 72층)는 위용을 앞세워 수영만 앞바다를 독점한 형상이다.
착공을 앞둔 100층 이상 초고층 3곳도 모두 해안선을 끼고 계획됐다. 특히 108층의 해운대관광리조트에 대한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원래 해운대해수욕장 주변 건축물 높이는 50m로 제한됐지만 시는 2009년 갑자기 높이 제한을 풀었다. 환경·시민단체들은 "해안경관지침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특혜를 준 것이다. 초고층이 해안선을 차지해도 된다는 시민적 공감대는 형성되지 않았다"며 지난달 감사원 감사를 청구했다.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전국 125개) |
부산 |
39개 |
서울 |
19개 |
인천 |
18개 |
경기 |
17개 |
대전 |
14개 |
대구 |
7개 |
※자료 : 국토해양부, 부산시소방본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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