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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예솔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영업을 재개하는 부산저축은행 초량본점에서 예금주들이 저축은행 영업에 대한 안내문을 살펴보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 5000만원 이하 예금주 몰려, 보상 둘러싼 마찰은 계속
1970년 설립된 부산상호저축은행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30일 예금보험공사의 가교은행인 예솔저축은행으로 이름과 소유주가 바뀐 채 영업을 재개한다.
42년간 부산지역 서민들의 든든한 금융기관으로 성장했지만 많은 예금주들과 투자자들에게 씁쓸한 배신감만 안겨주고 떠나간다. 지난 2월 17일 영업정지를 당한지 9개월 만에 내 돈을 찾게 된 5000만 원 이하 예금주들과 초과 예금주, 후순위채권자 모두에게 상처만을 안겨주고 있다.
■서민 애환 담긴 자금, 9개월 묶여
어둠이 무겁게 깔린 28일 오전 6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부산저축은행 초량본점으로 몰려들었다. 30일부터 영업을 하는 예솔저축은행에서 5000만 원 이하 예금을 찾기 위해서는 번호표를 배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날 부산저축은행 초량본점만 해도 6000여 명이 방문, 다음 달 17일까지의 인출 업무가 마감됐다. 예금주 김철환(61) 씨는 "영업정지를 당했을 때만 해도 5월 쯤에는 내 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9개월 동안 돈을 찾지 못해 아들 전세자금도 못 보태고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 13만 고객의 예금액 3조4000억 원 중 가지급금을 제외한 2조 원대의 은행에 묶여 있었던 것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부산계열 저축은행에 대해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지만 정관계 로비의혹이 터지면서 영업정지가 장기화됐다. 5000만 원 초과 예금주를 중심으로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월 발족했고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동부경찰서에 고소했다. 지난 4월에는 고액 예금주, 전직 정관계 인사 등 VIP고객에게는 사전에 돈을 인출해줬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이 그동안 밝혀낸 부산저축은행 금융비리 액수는 불법대출 6조315억 원, 분식회계 3조353억 원, 위법배당 112억 원 등 총 9조780억 원에 달했다.
■끝나지 않은 전쟁, 이어지는 고통
5000만 원 초과 예금자 1만3226명과 후순위채권자 1710명은 금융당국과 끝나지 않은 싸움을 벌이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비대위 회원 80여 명은 부산저축은행 초량본점 3, 4층에서 200여일 동안 농성을 벌이며 전액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지금까지 투쟁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정치권이다.
민주당이 지난 7월 예금 전액과 후순위채권을 보장해 주기로 한데 이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지난 8월 8일 부실 저축은행 예금자에 대해 예금보장한도(5000만 원)보다 훨씬 많은 2억 원까지 전액 보상하기로 해주기로 했다. 이에 대한 비난이 일자 여야는 지난 8월 9일 다시 6000만 원까지만 전액 보상해준다고 했다. 6000만 원 초과예금과 후순위채의 경우 보상심의위원회에서 보상금액을 결정한다는 것이지만 실현이 불투명한 상태다. 이처럼 보상안이 남발됐지만 어떠한 대책도 구체화되지 못한 채 비대위 점거 농성 200여 일을 맞았고 5000만 원 초과 예금주들에 대한 개산지급금 지급률은 8%로 결정됐다.
비대위 측은 개산지급금 지급률이 턱없이 낮고 사태에 대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게 되면서 전국의 저축은행 피해자들을 모아 금융당국을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하기로 했다.
부산저축은행 후순위채권 피해자들의 고통도 심해지고 있다. 금감원이 부산저축은행 측의 불완전 판매를 일부 인정해 신고한 1118건(390억 원)에 대해 손해배상범위를 투자액 대비 평균 42%선으로 결정했지만 실제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적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