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자유무역협정) 등에 따라 관세가 면제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대부분 물품에는 관세, 부가세 등이 부과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수출된 물품이 2년 내 재수입될 때 그 사실을 증명할 서류 등을 갖춰 면세 신청을 하면 관련 세금을 면제받게 된다. 이번 사례는 이와 관련된 다소 특이한 내용이다.
부산 낙동강 하구에서 김 양식업에 종사하는 50대 한 어민이 세관을 방문했다. 갑자기 불어닥친 국지성 강풍으로 부두에 매어둔 김 채취선의 밧줄이 끊어지면서, 배가 일본 야마구치현 센자키항까지 떠내려갔으나, 해양경찰청에 선박 분실 신고를 한 덕분에 며칠 뒤 일본 해상보안청으로부터 배를 되돌려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완전히 우리나라에서 다시 생업에 종사하기 위해서는 통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부산 중구 중앙동 관세사 사무실을 찾았으나 관세사 사무실에서는 수출된 물품이 재수입되는 경우에는 관세 등이 면세 처리되기도 하나, 김 채취선은 정상 수출된 물품이 아니므로 면세 처리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배가 없어져 되찾아 오는 것도 힘들었는데 세금을 내야 한다니….
이래서 다짜고짜 세관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재수입 면세를 받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 수출된 물품임을 증명해야 하므로 법 규정대로라면 관세사 사무실의 답변이 맞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몸 고생, 마음고생을 얼마나 많이 하였을까. 민원인의 편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다.
결국, 세관은 우리나라에서 정상 수출된 게 아니지만, 해양경찰청의 분실 신고 접수증, 일본 해상보안청의 사실 여부 확인 등을 통해 김 채취선이 자연재해 등 부득이하게 정상 수출 통관 절차 없이 일본으로 떠내려갔다가 되찾아 온 것임을 확인하고 관련 세금(320만 원)을 면세 처리했다.
며칠 뒤 민원인은 직접 생산한 김 한 상자를 가져와 감사의 뜻을 표했으나,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김은 정중히 돌려보냈다. '월드 베스트 관세행정'을 했다는 뿌듯한 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