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3의 수입업자와 합의 필요

이번 사례는 외국에서 수입한 컨테이너를 열어보니 애초 주문한 물품이 아닌 엉뚱한 물품이 들어 있었고, 이로 인한 수출·입업자, 운송회사 그리고 국내 제3의 수입자 간 소유권 분쟁과 손해배상 등에 얽힌 사연이다.

어느 날 오후 경남 김해에서 방직기계 도소매업을 하는 H사 관계자라고 밝힌 두 모녀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세관을 찾아왔다. 인도에서 컨테이너 화물로 중고 방직기계를 수입했는데, 받고 보니 컨테이너 번호는 선적 서류와 일치했지만, 컨테이너 속 기계는 주문한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운송회사에 그 사실을 알렸더니, 충청도의 D사가 같은 수출회사로부터 같은 날 같은 선박편으로 수입한 방직기계와 H사가 수입한 방직기계가 서로 뒤바뀌었으니 화물을 운송회사로 다시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두 모녀는 요청대로 화물을 보내줬고, 운송회사는 그 화물을 D사로 보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H사가 D사에 보내준 기계는 D사가 주문한 물품이 맞았지만, 정작 D사가 통관한 기계는 H사가 주문한 물품이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D사 측은 통관한 컨테이너 속에 D사가 주문한 물품도 일부 섞여 있어 물품 전체를 H사에 돌려줄 수 없다는 태도였다.

결국, H사는 운송회사와 D사를 상대로 기계를 되돌려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으로부터 세관에서 소유권에 관한 확인을 받아오라는 권유를 받은 뒤 세관을 찾아오게 된 것이었다. 난감했다. 세관은 소유권을 확인해주는 기관이 아닐뿐더러 그걸 확인해 줄 방법도 없었다.

어쨌든 세관에서는 H사의 질의 내용에 대해 답변서를 작성해 보냈다. 세관에서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수입신고서에 기재된 납세의무자를 그 물품의 화주로 간주해 관세 등을 징수하고 있으며, 주문한 것과 다른 물품이 수입되면 해당 물품을 수입한 상태 그대로 1년 이내에 보세구역에 반입한 후 수출(반송)하면 수입 시 낸 관세 등을 환급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얼마 전 H사는 D사와 원만히 합의해 일을 매듭지었다는 연락을 해 왔다. D사가 통관했던 기계를 H사가 인수해 국내에서 처분하고, H사는 인도 수출자로부터 원래 주문했던 기계를 다시 무상으로 수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