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가스 공급 가격 오르고 전기·택시요금도 인상 전망
- "물가 잡겠다던 정부 뭐하나"
- 고단한 서민, 대책마련 호소
"필요한 것은 많은데 농산물 가격이 워낙 오르다 보니 선뜻 손이 가질 않네요."
8일 부산 북구 금곡동의 한 마트에서 만난 주부 이모(45) 씨. 대뜸 푸념이 나온다. 이날 이 씨가 5인 가족을 위해 장 보는 데 든 돈은 12만3500원. 지난해 이맘때는 6만 원 정도면 충분했지만 요즘은 한번 시장에 나오면 그때보다 배 이상 든다며 이 씨는 한숨을 쉬었다.
부산지역 서민들의 삶이 하반기에는 더 팍팍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동남지방통계청은 6월 부산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5% 오르는 데 그쳐 3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폭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영 딴판이다. 장바구니 물가를 대표하는 생선이나 채소, 과일 가격이 계속해서 뛰고 있어서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내놓은 6월 부산지역 소비자심리지수는 104로 전달 109에 비해 5포인트가 하락했다. 한은 측은 소비심리 회복과 직접 관련이 있는 향후가계수입지수와 미래소비지출지수도 계속 떨어지는 추세여서 당분간 소비자심리지수가 상승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분야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산시가 부동산개발업체와 중개업소 130곳을 대상으로 5월 부동산경기 동향을 조사한 결과 체감경기 실사지수는 71로 전달 77.4보다 6.4포인트 하락했다. 부동산 실거래량과 건축물 착공면적도 하향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런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게다가 올 하반기에는 도시가스와 전기, 택시요금 등이 줄줄이 오를 전망이어서 서민들은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형편이다.
소비자들은 몇 만 원을 쥐고서도 요즘 제대로 장을 볼 수가 없다. 주부 박모(40) 씨가 8일 한 매장에서 산 채소류의 가격은 배추 한 포기 2500원, 무 한 통 1980원, 대파 한 단 2200원 등이었다. 지난해보다 30% 이상 급등한 가격이다. 사과나 배의 가격도 10~15% 이상 뛰었다. 전통시장에서 과일을 고르던 이모(54) 씨는 "자두와 같은 제철 과일을 빼고 나면 제대로 살 만한 것이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체감경기 불황은 공산품 소비량도 감소시켰다. 서면지하상가 S화장품 매장은 몇 달 전부터 매출이 반으로 줄었다. 대부분의 여성 고객들이 지출을 줄이기 위해 구매 상품의 가짓수를 줄이고 있어서다. 이 상가에서 숙녀복을 판매하는 한모 씨는 "주부들 대부분이 자기 옷 대신 아이 옷을 더 구매하고, 가격 2만~3만 원짜리인 기본 아이템이 대부분"이라며 "상가 관리비 내기도 벅차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러다 보니 대형 매장의 할인 행사장에는 '도떼기 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주부 고객이 몰린다. 특히 일부 영 캐주얼 할인 품목 매장에는 주 소비층인 20대 여성보다 30, 40대 주부 고객이 더 몰리는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주부 최모(51) 씨는 "돈에 비해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보니 요즘에는 대부분 소비에 더욱 신중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반기로 예정된 공공요금 인상은 서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지난달 지식경제부는 도시가스 공급가격을 평균 4.9% 올렸다. 이에 따라 부산지역 도시가스비도 비슷한 수준으로 오를 전망이다. 시와 업체 측의 협상결과에 따라 인상폭이 달라질 수 있으나 중앙난방을 기준으로 할 때 ㎥당 40원가량을 소비자들이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4~5%대, 한국전력이 두 자릿수를 고집하고 있는 전기요금은 양측이 타협을 하더라도 5%대 이상의 인상요인이 있다. 택시 기본요금도 현행 2200원에서 2600~2900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놓고 부산시와 업계가 협상 중이어서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현재보다 22.87%가 올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서민생계와 물가에 큰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시민 윤모(45) 씨는 "가뜩이나 어려운데 공공요금마저 오르면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 정부가 서민의 삶을 담보할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륜 곽태민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