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에서 '콜레보레이이션(Collaboration)'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전개되어 온 마케팅의 기법 중 하나이다. 유명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와 파트너십 아래 자사만이 전개하는 단독 상품을 개발하여 차별화를 꾀하는 한편 유명 인사의 후광으로 이슈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리먼사태 이후 가치소비를 시작한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보다 다양하고 적극적인 시도가 이어졌다. 그 파트너십의 범위 역시 패션과 예술을 넘어 방송 등 다양한 채널로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 가장 주목할만한, 그리고 어떻게 보면 가장 위협적인 콜레보레이션이 시도되고 있다.

과거 콜레보레이션은 유명 디자이너 제품을 갖고 싶으나, 이를 구매할 소득 수준을 갖추지 못한 소비자층을 겨냥한 특별한 이벤트의 형식으로 전개되어 왔다. 즉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평소 접할 수 없었던 제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으며, 유통업체는 소비자에세 신선함을 제공하고 화제를 불러 일으켜 단기간의 매출향상에 효율적인 수단이었다. 최근에는 패션브랜드 혹은 유명 인사와의 콜레보레이션을 넘어 예술과 방송업계와의 만남이 이루어 지는 등 협업의 분야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백화점 + 방송(미 NBC 방송국의 'Fashion star'는 백화점 바이어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패션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여기에 선정된 디자이너의 제품을 선택해 백화점의 온·오프라인에서 판매) ▷백화점+홈쇼핑(일본 다이마루 마츠자카야 백화점이 TV 홈쇼핑과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상품을 공동개발하면서 이 과정과 해당 매장을 30분 분량 프로그램으로 편성해 방송) ▷백화점+예술(일본의 신진 아티스트가 일본 지진을 테마로 제작한 작품으로 자선 전시회 개최) 등이다.

위와 같은 콜레보레이션의 진화는 원래의 목적인 자사만의 상품을 차별화 및 이슈화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유통채널의 공유를 통한 판매 확장으로 방향성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특히 요즘 불경기에 소비력이 약해진 중산층에게 접근하고자 하는 노력인 것이다.

지난 몇년간 우리나라는 다른 외국에 비해 경기의 흐름이 좋은 편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는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주거나 받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여러가지 경제 지표가 부진을 보이며, 모든 사람에게 삶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는 시기에 접어 들었다. 유통업에 종사하는 직원으로선 힘든 시기이지만, 마케터 입장에서는 이러한 불경기 마케팅에 대한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서동화 현대백화점 판매기획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