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 세 번째 개항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1876년 강화도조약에 따른 첫 번째 개항, 1960년대 수출항·원양어업 전진기지로서의 두 번째 개항에 이어 급속한 해빙이 진행되는 북극해를 향해 바닷길, 북극항로를 열어야 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첫 번째 두 번째가 외세에 의한 강제 개항, 산업입국을 향한 정책적 개항이라면 세 번째는 온난화가 부른 환경적·전 지구적 규모의 개항이다. 

김학소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은 13일 "21세기에 들어설 때만 해도 2080년께나 북극항로의 상업적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2020~2030년으로 앞당겨 지더니 지난해 9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북극항로의 전체 얼음이 녹은 적이 있다.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북극해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이어 "북극항로는 수에즈운하를 통해 아시아와 대서양을 연결하는 기존 극동유럽항로에 비해 거리는 40%, 운항 시간은 10일 가량 단축이 가능해 이 항로의 대처 방향에 따라 세계 항만 판도가 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극해와 시베리아라는 자원 보고를 끼고 있는 항로 특성에 따른 화물의 변화, 극지 환경에 견디는 선박 확보, 명태 도루묵 등 한류성 어종의 어획, 해기사 양성과 훈련 여부 등 각종 변화의 적응 속도가 앞으로의 항만 위상을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계획부터 완료까지 10~30년씩 소요되기도 하는 항만의 구조 변화까지 초래하는 데 반해 정부나 부산항의 대처는 논의 수준이라는 점이다.

지난 한 해만도 독일 러시아 네덜란드 등 주요 항만국들의 선박 46척이 북극해를 가로질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10년 연구선인 아라온호가 북극해 첫 탐사길에 올랐을 뿐, 지난해 예정됐던 상용화를 위한 시범 운항은 선사들의 비용 부담 때문에 불발돼 올해로 늦춰진 상태다. 

반면 부산항의 경쟁항을 끼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 등은 국립해양국 신설이나 내각 차원의 위원회 설치, 5개년 계획 수립 등 정부와 민간이 함께 북극항로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최문순 강원지사와 러시아 연해주 지사가 동해항을 중심으로 한 북극항로 공동개발을 위한 협의서에 서명했고 경남 울산 등지에서도 러시아 지방정부와 개별적 협력관계 구축에 나서 앞으로 부산항과의 역할 중복을 놓고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 허윤수 박사는 "북극항로의 개척은 신라시대 장보고 장군 이후 우리나라, 특히 부산이 해상 네트워크를 장악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 이라며 "아시아 허브항인 싱가포르가 금융 중심지이기도 한 것처럼 북극항로는 해양 조선 금융 등 연관 산업에도 막대한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므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