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뱅킹으로 송금이 안 돼서 급히 영업점으로 왔는데 허탕 쳤네요." 

20일 오후 부산 동구 신한은행 범일동 지점. 영업점 입구와 ATM기기마다 '전산망 오류로 ATM 및 모든 전산업무 불가합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 문구가 붙었다. 갑자기 은행거래가 중단되면서 은행 직원들과 지점을 찾은 고객 모두 우왕좌왕하며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창구에 들른 고객들은 입금, 출금, 통장정리 등 간단한 업무도 안 돼 불편을 겪었다. 한 고객은 "거래처에 급히 돈을 부칠 일이 있어 왔는데 허탕을 쳤다. 은행직원들도 원인이 뭔지, 언제 영업이 재개될지 알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답답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근의 농협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인터넷과 모바일뱅킹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창구 업무와 ATM 이용이 불가능했다. 직원들은 ATM기기마다 안내문을 붙이고 고객들을 돌려보냈다. 복구를 기다리며 자리를 지키던 고객들도 30분이 지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자리를 떠났다. 이들 두 은행은 영업점 마감시간을 넘긴 4시10분께 사태가 수습되자 오후 6시까지 업무 시간을 늘려 고객을 받았다. 

이날 오후 2시15분께 신한은행의 중앙 전산망이 완전히 마비돼 한동안 인터넷뱅킹 등을 포함한 모든 거래가 중지됐다. 내부 데이터베이스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서 전산망이 아예 작동하지 않았던 탓이다. 창구거래는 물론이고 인터넷뱅킹 등 전 거래가 오후 4시까지 불가능했다. 

중앙 전산망 다운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신한은행 계좌와 연동된 체크카드를 쓰는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계좌에서 잔액을 확인할 수 없어 결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오후 2시20분께부터 2시간 남짓 농협과 신한카드 등 일부 체크카드는 결제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일부 고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산망 마비로 인한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부 영업점의 경우 고객 수요에 따라 오후 6시 이후 더 늦은 시간까지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