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태아건설이 기업회생을 신청한 배경에는 대기업인 현대건설과의 마찰이 가장 컸다. 김태원 회장은 현대건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이 근무했지만 결국 친정 회사 때문에 파산 위기에 빠지는 묘한 운명을 겪게 됐다.

3일 태아건설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과의 '악연'은 2009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의 현대건설이 수주한 싱가포르 주롱섬 해저 원유저장시설 지하 토목공사에 도급사로 참여했다. 주롱섬 원유저장시설 공사는 싱가포르를 동남아 원유 허브로 만드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태아건설은 경쟁입찰을 거쳐 현대건설과 840억 원에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공사 초기부터 싱가포르 정부의 각종 인허가가 지연되고, 공사 현장 준비도 미흡해 6개월이나 현장에서 대기하며 허송세월해야 했다. 

착공을 하고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엄청난 양의 해수가 유입되면서 정상적인 공사를 하지 못했던 것이다. 과도한 해수 유입으로 기계 장비가 잦은 고장을 일으켜 공사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었다.

결국 당초 계약으로는 정상적인 공사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태아 측은 현대 측에 도급계약을 해지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현대는 지원금 170억 원을 회수하지 않고는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며 버텼다. 현대는 심지어 채권 확보를 위해 태아건설의 국내 사업 현장을 가압류해 태아 측이 기성금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여기에다 현대 측이 보증보험회사에 손해보상 절차를 문의하면서 이에 자극받은 보증사가 보증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를 버티지 못한 태아 측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현대에 90억 원짜리 어음을 발행해 주고서야 가압류를 풀 수 있었다. 이 어음의 만기가 이달 말이다.

태아건설 측은 이달 말 어음 만기가 도래하기 전 채권 행사 등을 막는 기업회생 인가 신청을 내기에 이른 것이다. 태아건설 김 회장은 전문건설회장직을 버리고서라도 대기업인 현대건설에 정면으로 맞섰다. 김 회장의 임기는 오는 10월 말까지다.

지역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주인이 현대자동차로 넘어가면서 전국 사업장에 가압류가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과거 같으면 잘 달래서 가던 사업도 분담금이 조금이라도 밀리면 가압류를 걸어 지역 업체의 원성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태아 건도 이런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지역 건설업계 및 상공인들의 견해다. 

한 지역 상공인은 "2000억 원이나 드는 공사를 800억 원대에 주고서는 자기들은 책임 못 지겠다는 것은 대기업의 횡포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