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자 등 이자생활자 비상
- 가계빚 늘어 경제부담될 것
정기예금 금리가 2.7%대까지 추락하면서 실질금리가 사실상 '제로' 상태에 빠졌다. 초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은행권에선 예금이탈 현상이 심화하는 한편 물가 상승 및 가계부채 증가 우려도 커지고 있다.
15일 한국은행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은행 17곳의 1년만기 예금상품의 평균금리는 연 2.78%였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연 3.7%)과 비교해 금리가 1%포인트가량 떨어진 셈이다. 지금의 예금금리에서 세금을 빼고 나면 손에 쥐는 이자는 고작 2.35% 정도. 하지만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예상된다. 이 경우 명목이자에서 물가상승분을 뺀 실질금리는 사실상 제로 혹은 마이너스로 반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금리 국면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가 넘는 것도 걱정거리다. 지난 1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2%, 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3.24%로 격차가 0.04%포인트에 그쳤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란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1년 뒤 물가상승률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과 정기예금 금리 격차가 없으면 저축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저축을 하더라도 만기까지 물가변동을 고려하면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예금자들이 장기간 예금을 해도 별다른 혜택을 못 받게 되면서 은행 수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기예금 잔액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3월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이 3월 말 현재 553조3000억 원으로 전달보다 2조5000억 원이 줄었다. 2월에도 2조5000억 원이 줄어 두 달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초저금리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엔 가계부채 문제도 있다. 낮은 금리가 장기화하면 돈을 빌릴 동기가 커져 현재 10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규모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또 저금리로 이자수입이 줄어든 집주인들이 전세가격을 높이거나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 고정적인 현금수입을 꾀하는 실정이다. 이자소득으로 생활하는 은퇴자 등은 수입감소로 노후생활 자금 마련에도 비상이 걸렸다.
경제 전문가들은 "저금리가 지속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커질 수 있고 가계대출 총량이 늘어 가계부채 조정을 어렵게 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