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표 은퇴자금 부담 급증하자
- 펀드 등 위험상품 갈아타기도
- 고령 투자자 원금 손실 우려
평생 모은 예금 3억 원을 은행에 맡겨 이자로 살아가는 김모(68) 씨는 최근 몇 년 새 이자소득이 크게 줄어 고민이 많다. 그는 6~7년 전만 해도 거래하는 저축은행에서 연 6%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세후 연 1520만 원 정도면 자녀들이 주는 용돈과 합해 그럭저럭 생계를 꾸려갈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래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2.5%에 불과하다. 세금(이자소득세 15.4%)을 제하고 나면 연 634만 원밖에 받지 못하는 셈이다. 그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수익률이 높은 주식형 펀드나 해외채권으로 갈아탈까도 생각했지만 원금 손실이 두려워 고민하고 있다.
저금리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이자소득으로 생활하는 은퇴생활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은행예금 금리가 물가상승률을 간신히 웃도는 연 2%대로 주저앉았고 비교적 금리를 높게 쳐주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2~3%대로 낮아지면서 당장 수입 감소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저금리시대에는 금리가 조금만 떨어져도 목표한 은퇴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자금이 크게 늘어나게 돼 있다. 예를 들어 기준금리가 3%일 때 은퇴 후 연간 2000만 원의 이자수익으로 생활한다고 치면 약 7억 원의 원금이 필요하다. 이때 금리가 1%포인트 내려가면 3억5000만 원을 추가로 준비해야 목표했던 연간 2000만 원의 이자 수익을 낼 수 있다.
상황이 이렇자 기존 원금에서 얻는 이자 수익을 높이기 위해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해외채권형 펀드 등으로 갈아타는 예금자들도 늘고 있다. 주우현 국민은행 부산PB센터장은 "근로소득이 없는 고령자들은 예금 의존도가 높아 저금리가 지속되면 수입이 크게 줄어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며 "최근 정기예금 고객의 30%가량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해외채권 투자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고령자들이 고위험 금융상품에 투자를 했다가 원금 손실을 보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정년퇴직 후 이자소득으로 생활하는 최모(69) 씨는 "은행 이자보다 더 높은 수익을 찾아 눈을 돌리면 원금 손실 등 가계 전반의 위험도가 높아져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저금리 부작용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당분간 저금리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금융권은 기준금리가 올 상반기 한 차례 정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이미 저성장 시대로 진입했고 1990년대 초 일본의 저성장·저금리·고령화 초기 상황과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경우 저성장에 따른 저금리로 금융회사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고 내수 침체와 맞물리면서 '잃어버린 20년'을 겪고 있다. 일본은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가 줄면서 1996년 이후 10년간 85개 증권사가 퇴출된 반면 인구고령화로 안전자산(현금·예금) 선호 인구는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경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재정·통화 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성주 BS금융지주 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정상적인 경제상태라면 저금리 정책이 투자 확대, 내수 회복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현재는 경기부양을 위한 저금리 효과가 거의 없고 오히려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부소장은 "상반기 한 차례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무한정 저금리 상황으로 가긴 힘들다. 하반기 경제 회복 기조가 나타나고 대외적 여건이 좋아지는 등 상황에 따라 금리 수준 동결 또는 인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