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맥상 (omnishambles)'이라는 말은 omni(모든 것)와 shambles(난장판)가 합쳐진 말이다. 지금 유통업계의 현실을 대변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한다.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장기간의 경기침체와 점점 강도를 더해가는 영업 규제로 현재 유통가는 사면초가에 내몰린 상황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할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어둠의 터널 안에서 정신없이 헤매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영업규제 1년이 갓 지난 시점에서 대다수 유통업체는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러나 지난 1년은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상에 토를 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같은 '총체적 난맥상'의 중심에는 대중영합주의 식 영업규제 법안인 유통산업발전법이 있다. 지난 1월 23일 개정된 법은 대규모 점포(대형마트) 및 준 대규모 점포(SSM)의 영업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로 제한하고, 월 2회의 공휴일 의무휴업을 규정하고 있다. 더불어 선거일도 의무휴업일로 추가하는 새로운 법안까지 발의된 상황이다.

도대체 끝을 알 수 없는 영업규제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전통시장과 중소상인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은 표심을 얻기 위해 졸속도 모자라 과속으로 처리된 국회의 한심스러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소비자의 선택과 편익, 사업자의 권리는 내팽개쳐졌고, 생계형 근로자와 영세 납품업체, 농어민의 엄청난 피해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실제 의무휴업으로 이득을 챙긴 곳은 법의 의도했던 전통시장과 중소상인이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이나 편의점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재래시장 활성화라는 명분도 살리지 못한 채 더 많은 규제를 하겠다는 국회의 행패는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대책은 희생양만 만들 뿐 진정한 해법이 될 수 없다.

지난해 삼성경제연구소의 '변화하는 상인, 꿈꾸는 시장' 심포지엄에서 소개된 전통시장 성공사례의 핵심 키워드는 '스스로 변신'이었다. 전통시장과 중소상인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현실적인 지원책을 연구하는 것만이 진정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유통업계 최고의 성수기인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유통업 종사자 모두 처진 어깨를 활짝 펴고 고객 한 분 한 분께 진정으로 온 힘을 기울인다면 '총체적 난맥상'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고객님들은 스마트하니까….

박병원 서원유통 탑마트 운영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