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달째 공백… 조직 뒤숭숭

- 부산 시민단체 "조속 선임을"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절차가 기약 없이 중단되면서 업무 공백이 심화하고 있다. 절차가 언제 재개될지도 불투명한 가운데 향후 인선 과정의 공정성에도 의구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인사권자인 청와대와 금융위원회 등이 조속한 시일 내에 절차를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신임 이사장 선출을 위한 공모 접수 마감 결과 총 11명의 후보가 지원했지만 그 이후부터 20일 넘게 인선 작업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애초 계획은 지난달 25일까지 후보 면접 등을 통해 3명의 후보를 추린 후 7월 3일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이사장 선임 안건을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청와대의 공공기관장 인선 잠정중단 발표로 선임 작업은 전면 중단됐다. 

일각에선 후보 재공모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언제쯤 새 수장을 맞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금융당국이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소나기 피하기'식으로 공공기관 인사를 늦추고 있다는 등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아직 선임절차에 대한 어떠한 지시도 받지 못했다. 지난 5월 김봉수 전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이후 두 달 가까이 수장 자리가 공석이다 보니 조직 분위기도 뒤숭숭하다"고 말했다. 

거래소 경영이나 조직 전반에도 경영 공백 후유증이 커지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 통과 이후 대체거래소(ATS) 설립에 따른 대책과 해외 기업 상장 유치, 장외거래 중앙청산소(CCP) 도입 등 거래소의 주요 과제들은 보류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의 위기상황에 대한 대처도 어려운 실정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힘든 시기에 수장 공백까지 장기화하면서 직원들 사기가 떨어지고 업무가 되질 않는다"며 "새로운 이사장이 와야 올해 경영계획을 새롭게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는데 이런 모든 일정이 하염없이 늦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거래소뿐만 아니라 서부발전, 남동발전, 가스공사 등 기관장 인사가 잠정 중단된 다른 공공기관들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늑장 인사' 지적을 받고 있는 기관장 인선 작업이 청와대의 지침으로 전면 중단되면서 직원들이 몇 달째 일손을 놓고 있는 등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공공기관들은 청와대에서 인사 결정을 해주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부산금융도시시민연대,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부산시민단체협의회 등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이날 긴급성명서를 내고 "공공기관 지정 해제, 대체거래소 논의, 코넥스 시장 운영 등 중차대한 사안이 산적한 중요한 시기에 거래소의 경영 공백 사태를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거래소 이사장의 조속한 인선을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경영 공백 장기화는 거래소와 자본시장의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부산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신념을 지닌 인물이 조속히 선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국거래소(KRX) 차기 이사장 선임 일지

-5월 26일 :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사의

-6월 12일 :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철환 최경수 씨 등 11명 도전

-6월 20일: 청와대 공공기관장 인선 전면 중단 지침에 선임 절차 올스톱

-6월 25일(예정): 차기 이사장 후보자 면접 … 후보 3명 추려

-7월  3일(예정): 주주총회에서 이사장 후보 1인 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