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 '폴로'를 생산하는 랄프 로렌이 한국에서 아동복 고가 정책을 포기(본지 지난 15일 자 17면 보도)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은 통쾌함을 넘어 일종의 '카타르시스'마저 느끼고 있다. 랄프 로렌은 폴로의 인기를 등에 업고 미국보다 60%가량 비싼 고가격 정책을 고수하다 판매 감소에 결국 백기들 듯 두 손을 들었다.

'폴로의 항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보의 비대칭성과 유통 채널의 독점 구조로 과거에는 이 같은 오만한 판매 전략이 먹혀들었다. 또 '비싸야 잘 팔린다'는 한국의 이상한 소비 풍토도 '간 큰' 상술의 숨은 조력자다. 고가의 옷과 가방을 걸친 '브랜드 홍보 대사' 연예인들 또한 이런 부조리극의 조연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인터넷을 통한 구매 대행과 직접 구매, 병행 수입 등 유통 채널과 정보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들도 이제는 알 건 다 안다. 턱없이 가격을 부풀린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내의 한 자동차 브랜드도 해외 수출용보다 국내용 차량 가격을 더 높이 받다 역차별 논란이 일면서 내수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국내에는 소비자를 우습게 아는 고가 마케팅이 판을 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이 해외 브랜드를 수입하면서 적당한 마진이라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고가격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의류는 물론 가격 거품이 잔뜩 낀 아웃도어와 명품이 대표적인 품목들이다.

해외 수입 브랜드들의 가격이 올라가면서 이에 편승한 국내 브랜드의 옷값도 최근 수년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 소비자는 "비단 폴로뿐만 아니다. 티셔츠 한 장에 십수만 원씩하는 가격표를 보면서 거품이 심하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면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행동만이 유명 브랜드들의 횡포를 멈추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랄프 로렌이 한국 내 고가격 정책을 포기했다고 해서 다른 브랜드들도 이 같은 흐름에 동참할지는 의문이다. 결국 소비자가 가격표에 가득 낀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혹자는 반문한다. "그렇게 비싸면 안 사면 되지 않느냐"고. 소비자들은 답한다. "그래서 이제는 안 산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