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대표하는 산업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영화영상, 조선, 해양, 자동차, 기계부품을 떠올리겠지만 규모면에서는 생활소비재산업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0년 부산의 10인 이상 중소기업 통계조사에 의하면, 종사자 13만2500명 중 30%인 4만여명이 농수산물 식품제조, 가죽, 가방, 신발, 가구 제조, 고무·플라스틱 제품 제조, 일반 금속가공 제품, 장난감, 운동용품에 종사하고 있다.

이 산업을 일반적으로 보면 '낙후산업'이라 정의하기 쉬운데, 전 세계 소비재 시장 규모는 2조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한 예로 우리는 '독일'하면 첨단제품, 첨단기계, 최고급 자동차를 떠올리지만,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서 일 년에 두 번 열리는 소비재산업박람회를 가보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장식품, 선물, 생활용품의 제조와 유통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생활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이상 생활소비재 산업은 영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1인 가족 증가 등 생활 패턴의 변화로 생활소비재 산업의 규모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또 한국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있는 문화상품의 중심에는 한류가 있고 이 한류가 식품, 의류, 생활용품 등의 경제 한류로 이어지는 것도 우리에게 긍정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십년을 한 가지 기술로 묵묵히 지역경제를 지켜온 산업에도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는 대부분 오래되고 크게 알려지지 않은 산업은 캐캐묵고 낙후된 산업이나 전통 산업이라고 뭉뚱그려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새롭고 화려한 느낌이 드는 신생산업에만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역에서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지역 경제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 소비재 산업도 다시 한번 새롭게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소비재산업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경영, 디자인, 마케팅 등을 지원해 기업의 체질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우리도 IT, 자동차, 영화영상, 기계 등 최첨단 산업과 소규모 생활소비재산업을 균형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 첨단 산업만이 부산의 오늘과 내일을 지켜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경희 부산디자인센터 기획경영팀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