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전력위기가 예고된 12일 잇단 발전소 돌발정지로 순환단전 가능성까지 거론됐으나 산업계와 국민의 기적 같은 절전 노력에 힘입어 1차 고비를 넘겼다.
사실 전날 밤 고장으로 멈춘 발전용량 50만㎾급 당진화력 3호기의 복구가 바로는 힘들다는 것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상황은 비관적이었다.
더구나 서천화력 2호기에도 돌발 정지 사고가 발생해 한 시간 만에 재가동되기는 했지만 10만㎾의 출력 손실이 났다. 처음부터 60만㎾를 잃고 시작한 수급관리였다.
전력거래소는 오전에 예측한 시간대별 수급전망에서 오전 10시 예비력 457만㎾(준비), 오전 11시 366만㎾(관심), 오후 2시 252만㎾(주의)를 예상했다.
점심 이후 오후 시간대에는 예비력 300만㎾ 벽이 무너지고 200만㎾대 초반까지 근접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다. 200만㎾ 아래로 내려가면 민방위 사이렌을 울려야 한다.
실제로 이날 오전에 준비 단계 경보가 발령됐다.
그러나 발령 시간이 10시57분으로 예상보다는 한참 늦었다. 예상대로라면 한 단계 강화된 관심 경보가 발령됐을 시간이었다. 어렵사리 오전을 '준비'만으로 막고 넘어갔다.
오후에는 400만㎾ '방어선'이 무너지리라고 봤지만 오히려 오전보다 상황이 호전됐다. 오후 내내 400만㎾대를 지켰고 오후 3시 안팎으로 한때 500만㎾를 넘어 정상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했다.
전력당국이 사상 처음으로 일반 기업체를 대상으로 '긴급절전'을 시행할지 주목됐으나 예비력이 예상을 웃돌면서 긴급절전 같은 비상 카드는 꺼낼 필요가 없었다. 전력수급 비상조치 매뉴얼상으로 긴급절전은 예비전력이 300만kW 미만으로 떨어져 '주의' 경보가 발령되면 상황 여하에 따라 시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전력당국은 이날 기업체 긴급절전을 제외하고는 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했다.
의무절전 규제로 가장 많은 323만㎾를 줄였다. 이는 2천600여개 전력다소비 기업 등과 사전에 정한대로 3∼15%의 전기를 줄이는 조처다.
이어 산업체 조업조정으로 151만㎾를 절감하고 주간예고 91만㎾, 전압하향조정 73만㎾를 덧붙였다. 공급 측면에서 민간 자가발전기 가동으로 39만㎾를 확보했다.
무엇보다 위기 극복의 최대 원동력은 7천300만㎾ 언저리에서 막아낸 수요 조절에 있었다.
새벽에 나온 전력예보 상으로는 최대 전력수요가 7천599만㎾까지 치솟을 것으로봤다.
즉, 최악의 위기 속에 각종 대책과 절전 노력이 어우러져 무려 300만㎾를 줄인 셈이다.
의무절전 규제와 조업조정 등 '사전에 약속된 노력'이 100만㎾의 추가 절감 효과를 끌어낸 반면, 애초 예상하지 못했던 산업계와 국민의 자발적 절전 동참 노력이'플러스 200만㎾'를 더 만들어냈다.
200만㎾는 현재 가동 중인 설비용량 100만㎾급의 신형 원전 2기분에 해당하는 전력량이다.
지난 5월 말 터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으로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등 원전 3기가 멈춰 서면서 올여름 사상 최악의 전력대란을 초래했다면, 산업계와 국민의 절전 노력이 이중 2기분을 막아낸 셈이다.
조종만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장은 오후 브리핑에서 "오늘 산업계와 국민의 적극적인 절전 노력으로 원전 2기분의 전력이 절감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특히 통상 월요일에는 금요일보다 전력 수요가 많은 편이지지만 이날 오후 수요가 금요일인 지난 9일의 7천360만㎾에도 50만㎾ 이상 못 미쳤다는 점은 놀랄 만한 절전 실적으로 기록될 만하다.
그러나 전력당국은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여전히 경고했다.
전력거래소는 "내일과 모레도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올라가는 등 위기가 예상된다. 오늘처럼만 절전에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력당국은 최대고비를 넘겼다고 안도하는 순간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며 13,14일에도 12일과 같은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