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00년 전에 활동을 시작한 가브리엘 샤넬(1883년~1971년)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디자이너다. 그녀의 디자인 철학은 여성의 몸을 꼭꼭 조였던 코르셋으로부터 여성을 해방시켜 활동적이고 편안한 옷을 만드는 것이었다. '샤넬스타일'로 표현되는 그녀의 디자인은 20세기 전반에 걸쳐 세계 패션의 흐름을 주도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대표적인 '명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디자인'하면 무언가를 '보기 좋게 만드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오해는 사용자가 "디자인은 좋은데 사용하기는 불편해"라는 인식을 가지게 한다. 이 같은 말은 디자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단적으로 표현한 대표적인 것이다. 

특히 눈에 보이는 부분을 더욱 중시하는 경향이 짙은 패션디자인과 제품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그러한 인식이 더 깊게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보기는 좋은데 사용하기 불편하다'면 그것은 잘못된 디자인임에 분명하다. 디자인은 보기만 좋아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매년 수백 종류의 휴대전화기가 쏟아져 나오지만 그중 성공하는 제품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다른 여느 제품과 달리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사람과 항상 함께하는 휴대전화기의 경우 최첨단의 훌륭한 기능과 인체공학적이면서도 뛰어난 디자인은 필수요소다. 그 많은 제품 중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충족해야만 그나마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는 기본 요소를 가진 것이라 할 수 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있다. '붉은 꽃의 아름다움도 10일을 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는 디자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제 아무리 눈이 보배라고 하지만 눈으로만 좋은 것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진정한 명품이라면 편해야 한다. 편하지 않다면 명품이 아니다"라는 가브리엘 샤넬의 말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화려하게 살려면 불편해도 참아야지"라거나 "디자인이 좋으니 사용성이 떨어지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관련기업이 있다면 우리의 잘못된 디자인관념을 바로잡아야 한다. 디자인에 대해 바르게 인식하기 위해 가브리엘 샤넬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