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성장 기조·북핵 악영향

최근 2년간 지속된 저성장 기조 탓에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질적 경제성장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세계 189개 국가 중 중위권에도 미치지 못 했다.

기획재정부는 세계경제포럼(WEF)의 '2013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148개 국가 중 25위를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6계단이나 내려간 것으로 2004년(29위) 이후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평가는 민간 국제기관인 WEF가 매년 140여 개 국가를 대상으로 금융·노동·교육·기업 등 경제관련 요소들을 조사해 국가별 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11위까지 올랐으나 2008년(13위)부터 2011년(24위)까지 하향곡선을 그렸다. 지난해에는 19위를 기록하며 반짝 상승세를 보였지만 올해 다시 하락했다. 2013년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은 말레이시아(24위)와 사우디아라비아(20위) 등 한국에 비해 GDP가 적은 나라들(2013년 1분기 국제통화기금 발표 기준)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3대 평가분야별로 보면 ▷기본요인(18→20위) ▷효율성 증진(20→23위) ▷기업혁신 및 성숙도(17→20위) 모두 하락했다. 기본요인의 경우 총 4개 부문 가운데 거시경제 환경(10→9위)을 제외하곤 제도적 요인(62→74위)과 인프라(9→11위), 보건 및 초등교육(11→18위)의 순위가 내려갔다. 

효율성 증진에서는 고등교육 및 훈련(17→19위), 상품시장 효율성(29→33위), 기술 수용 적극성(18→22위), 시장규모(11→12위) 등 모든 부문의 순위가 하락했다. 특히 고질적 취약부문으로 평가돼 온 금융시장 성숙도(71→81위)와 노동시장 효율성(73→78위)은 전년 대비 각각 10단계와 5단계 내려갔다. 금융시장 성숙도 부문 중 대출의 용이성(118위), 벤처자본의 이용가능성(115위), 은행건전성(113위) 등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1년새 급격히 떨어진 이유는 경기침체의 장기화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8분기 연속 0%대 저성장 기조가 기업인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여기에 WEF 조사 시점(4~5월)이 북한의 3차 핵실험(2월)과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4월) 등과 맞물린 점도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국가경쟁력과는 별개로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이날 내놓은 '월드 팩트북'(The World Factbook)에서도 2012년 한국의 GDP 성장률(2.0%)은 전세계 189개 국가 중 117위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6.3%) 세계 57위에서 2011년(3.6%) 102위로 밀려난 이후 불과 2년 만에 60계단이나 내려간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