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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하구 하단동에 살고 있는 주부 이주연(38) 씨 집에 얼마 전 한국전력 검침원이 방문했다. 8월 사용량이 평소보다 지나치게 많아 가정용 전기제품이나 전선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러 온 것이다. 검침원은 전력사용량이 많아 요금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 씨가 24일 확인한 8월 전기요금은 20만3760원이었다. 평소 전기요금이 6만~8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3배가량 많이 나온 셈이다.
유난히 더운 올여름을 보내고 난 후 전기요금 고지서가 날아들면서 등골이 서늘해졌다는 가정이 많다. 지난 7, 8월 에어컨 등 냉방기를 가동한 집마다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분노하고 있다.
이 씨는 "숨을 못 쉴 정도로 더운 여름에 냉방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지 않느냐"며 "정부가 전력소비를 줄여라해서 나름 에어컨을 적게 틀었는데도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맞벌이 부부 박영한(45·부산 동래구 사직동) 씨도 7월(26만3390원)보다 크게 늘어난 8월 전기요금(34만1930원) 고지서를 받고 울상을 지었다. 박 씨의 6월 전기요금은 9만6750원. 전기 사용량은 6월 430㎾h에서 8월 763㎾h로 76.7% 증가했지만 전기요금은 253%나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전기요금 청구서를 받아보고 놀란 가정은 한둘이 아니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누진제가 적용되면서 사용량에 따라 평소의 배 이상 부과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 더위를 쫓느라 한두 시간씩 에어컨을 켠 가정에서는 전기요금 누진제로 최악의 전기료 폭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9월에도 에어컨을 켠 가정이 많아 전기료 폭탄은 다음 달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날 한국전력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7월 한 달 동안 부산지역 주택의 전력 사용량은 3억6400만 ㎾h, 판매금액은 446억 원으로 집계됐다. 6월 사용량(3억5000만 ㎾h·판매금액 406억 원)보다 4%가량 증가했지만 판매금액은 10% 이상 늘어났다. 이는 전력 사용량 증가가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전기요금 누진제 영향이 크다.
현행 누진제는 월 100㎾h 단위로 요금을 6단계로 나누고 있다. 1단계보다 2~6단계의 단위당 요금은 각각 2.1배, 3.1배, 4.6배, 6.9배, 11.7배 높다.
각 가정의 여름철 전기요금 폭탄이 현실화되면서 정부가 다음 달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전기요금 개편에서 누진제를 반드시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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