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6일 `은행의 키코(KIKO) 판매가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리자 키코 피해기업들은 "은행의 금융사기에 면죄부를 주는 판결"이라며 반발했다.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판결 직후 성명을 내고 "오늘은 정의 수호의 마지막 보루라고 믿었던 대법원마저 비겁한 금융감독원에 이어 타락한 은행들의 부도덕하고 불법적인 행위를 합법화시켜줬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키코 피해기업들은 이런 대법원의 판결을 인정할 수 없고 결코 좌시할 수 없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분쟁해결을 기대하며 5년을 인내했던 우리 기업들은 심한 허탈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서도 키코와 같은 파생상품들로 문제가 발생했지만, 법원의 판단과당국의 대응이 우리나라와 상반됐다"면서 "인도·이탈리아·독일의 법원에서는 키코같은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한 은행의 잘못을 인정하고 처벌했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키코를 판매한 은행과 은행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금융당국을 상대로 끝까지 책임을 물을 계획이다.

공대위는 "엄연히 법을 만들고도 지키지 않는 금감원과 금융가해자를 비호하는 정부, 사기꾼 은행에 대해 이 나라에서 기업을 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의 장래를위해 무제한·무기한 투쟁에 돌입할 것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논평을 내고 "대법원의 판결은 존중하지만, 피해 중소기 업의 주장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고 은행의 주장만 대부분 수용됐다는 데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앙회는 "은행이 모든 증거자료를 가진 상황에서 자료 없이 소송에 임하는 중소기업들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앞으로 키코 관련 소송에서 피해 중소기업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한 공정한 판결을 하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금융회사들의 부당한 행위를 단호하게 처벌하는 선진국 사례를 고려해 금융소비자가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변동하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 헤지' 목적으로 대거 가입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 때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상당수 기업이 피해를 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