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벌어진 미국의 '연방정부 폐쇄(셧다운)'라는 도발적인 단어가 우리의 목을 죄어오는 느낌이다. 단어의 어감 자체가 주는 파괴력은 '모라토리엄(지급유예)' 못지 않다.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 금융시장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자. 이미 많은 매체를 통해서 정보를 얻었겠지만, '국가'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답은 보인다.

국가는 가장 안전한 조직이다. 최근 오바마를 비롯한 미국 정치세력의 대립이 미국의 근간을 뒤흔들 것처럼 보이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그들은 미국의 큰 조직에서 작은 임무를 맡은 단기 계약직에 불과할 뿐이다. 결국에는 미국이라는 조직의 장기적인 이익에 들어맞는 결론을 이끌어낼 것이다. 여기서 역발상으로 '정부 폐쇄' 라는 폭력적인 단어가 뉴스에서 사라질 쯤에는 오히려 시장을 강하게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시장은 원래 그렇다. 위기는 기회가 되고, 기회는 위기가 된다.

그럼 이제 국내시장을 살펴보자. 셧다운과 별개로 외국인들은 한국시장에 계속 침투하고 있다. 이젠 외국인 매수가 일상이 되어 버렸지만, 아직 시장은 굼뜬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는 외국인이 있는 반면, 파는 투신권이 있었다.

양측의 상반된 포지션이 의아하리라. 과연 누가 합리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가? 정답은 '양측 다 자신들의 입장에서 충분히 합리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멀리 내다봤을 때 코스피는 상당히 상승하리라는 확신 속에서 외국인들은 매수한다.

그러나 2000포인트를 돌파하면 나오게 될 오래 묵힌 펀드의 환매를 대비해 투신권은 매도한다. 환매 신청 이후에 부랴부랴 팔아서 제값을 못 받게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즉, 투신권의 매도는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 의한 것이 아니라, 투신사라는 조직의 생리이다. 그저 먼저 매를 맞는 것이며,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성장통일 뿐이다. 아직은 힘들다. 그러나 버티자. 그 과실은 풍성하리라 믿길 바란다.

장성준 현대증권 부산지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