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기자금 타 금융권 이동
- 한국증권금융 고객예탁금
- 14개월 만에 최저치 기록
- 전체 자산관리시장 먹구름
직장인 김모(31) 씨는 최근 수년간 사용해오던 동양증권 CMA(종합자산관리계좌)를 해지했다. 수시입출금이 가능하면서도 금리가 연간 2%대 중반에 달해 월급통장으로 이용했지만, 동양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예금자 보호가 안 되는 CMA 계좌에 있는 돈부터 찾은 것. 김 씨는 "금융 감독 당국과 동양증권 측은 안전하다고 했지만 막상 돈이 묶이면 신경 쓰일 것"이라며 "가슴을 졸이느니 이자가 적더라도 은행으로 예금을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 사태'가 불거진 이후 증권사에 맡겨놓은 고객예탁금이 급감하면서 1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이탈 자금의 상당 부분이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증권업계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동양그룹 사태가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것을 경계하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한국증권금융에 예치된 고객예탁금은 16조2652억 원로 지난해 7월 30일(16조379억 원)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CMA 잔액도 지난달 17일 43조3048억 원에서 27일 41조828억 원으로 2조 원가량 빠졌다가 30일에는 41조6408억 원으로 다소 증가했다. 이 기간 업계 CMA 점유율 1위인 동양증권에서는 4조 원에 달하는 고객 자금이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CMA와 더불어 대표적 단기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잔고는 같은 기간 큰 변동이 없었다.
특히 이탈자금 가운데 절반은 타 금융권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동양그룹 사태 이후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해 CMA 등 단기자금이 은행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증권업계가 조기에 수습하지 않는다면 자산관리 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양 사태 이후 위험자산에 대한 고객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고, 불완전 판매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증권업계의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원금보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 때문에 주식, 펀드의 자금이탈은 한동안 가속화할 전망이다. 가뜩이나 침체된 주식시장에 펀드환매가 지속되면 국내 주식시장이 더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동양증권 불완전판매 등 각종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기한을 정하지 않고 특별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증권사 검사를 무기한 추진하는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금감원은 또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부회장이 동양의 법정관리 신청 직전 동양증권에서 수억원을 인출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