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의 영예는 세포의 물질 운송 메커니즘을 밝혀낸 미국의 제임스 로스먼(63)과 랜디 셰크먼(65), 독일 출신 토머스 쥐트호프(58) 교수에게 주어졌다.
노벨위원회가 이들에게 생리의학상을 수여한 것은 세포의 가장 기본적인 물질 이동 기전을 밝혀내 당뇨병, 면역질환 등 각종 인체 질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호르몬, 면역물질 등 세포 안의 물질은 거품 모양의 구조체인 소포(vesicle)에 담겨 이동한다.
인슐린이나 신경전달 물질 등 각종 물질이 제시간에 목적지로 이동하지 못하면 당뇨나 우울증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세포의 이동 기전은 질환의 원인을 푸는 열쇠가 된다.
로스먼 등 노벨상 수상자는 제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포가 이동하는 기전을 밝혔다.
셰크먼 버클리 캘리포니아주립대 분자세포생물학과 교수는 연구하기 어려운 사람세포 대신 효모(이스트)를 이용해 세포 내 물질의 운송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하는 3가지 종류의 유전자를 찾아냈다.
로스먼 예일대 화학과 교수는 물질이 이동할 때 소포 속 단백질과 목적지의 특정 세포막의 지퍼처럼 맞물리는 방식으로 정확한 장소에 도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쥐트호프 스탠퍼드대 의대 교수는 신경세포를 기반으로 정확한 시기에 맞춰 물질을 전달하는 '타이밍' 메커니즘을 밝혔다.
쥐트호프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근무한 고재원 연세대 생화학과 조교수는 "세 분이 발견한 세포물질 이동은 세포 간 의사소통의 기본 기전인 만큼 이들의 노벨의학상 수상은 일찌감치 예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이어 "로스먼과 셰크먼 교수는 생리의학분야의 유명한 상인 래스커상을 일찌감치 받았다"면서 "쥐트호프 교수는 신경세포의 신호전달 메커니즘을 연구했다. 에피네프린이나 니코틴 같은 물질이 신경을 조절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지만 그것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 그것을 밝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이어 "세포간 물질과 신호전달의 기전을 규명함으로써 질병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세포의 물질 운송에 대한 연구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4년 루마니아 출신 조지 펄레이드 교수는 세포 내 단백질의 합성과 이동에 관여하는 리보솜을 발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1999년 귄터 블로벨 교수는신호가설을 통해 세포 내 단백질이 우편번호가 있는 것처럼 정해진 위치로 이동한다는 것을 밝힌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세포 내에서 소포의 형태를 통해 각종 물질이 이동한다는 사실과 신호물질을 통해 정해진 위치로 움직인다는 사실은 밝혀져 있었지만 로스먼 등의 연구를통해 이동 기전을 확실히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이민구 연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세포 내 물질이 지방으로 된 막에 둘러싸여 다른 세포로 전달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생명 현상"이라며 "이 때문에 세포 물질 이동이 중요한 주제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후 이들이 이동할 때 특정한 주소를 가지고 이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번엔 이들이 특정한 주소로 갈 때 어떻게 이동하는지 원리를 밝혀낸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셰크만 교수가 개발한 효모 돌연변이 기술이 퇴행성 뇌질환, 대사 질환 등의 연구에 활용되고 있는 점을 예로 들면서 이번 세 교수의 연구결과는 각종질환의 원인을 연구하는데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