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들리는 연금제도

- 기초연금 피해 계층 지목한
- 40·50대 가입자 이탈 주도
- 청년층도 역차별 우려

# 복지정책 불신 확산

- 진영 전 장관 전망 주목
- 가입자들 탈퇴 문의 빗발

국민연금 탈퇴 현상을 야기한 가장 큰 이유로는 정부의 기초연금법 최종안이 박근혜 대통령의 애초 공약과 달리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해 소득하위 70% 노인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변경된 것을 들 수 있다. 공약 파기를 논외로 하더라도 '100만 명 탈퇴' 전망 등은 우리나라 연금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문제일 뿐 아니라, 정부가 확정한 기초연금법안 역시 40·50대와 청년층, 자영업자들에게 사회보장제도로서의 기본적인 골격조차 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40·50대·청년층 '역차별' 우려

9일 국민연금공단의 '1~8월 가입자 현황'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시민사회단체와 복지·연금 전문가들이 '기초연금 피해 계층'으로 지목한 사람들의 이탈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지적한 점이다. 우선 40·50대 등 중년층의 경우 지난 8개월 동안 1만4823명(-8.3%)이 줄어 이 기간 전체 임의가입자 탈퇴자 수의 73.6%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올해 1월 6만9043명에서 8월 5만9433명으로 9610명(-13.9%), 50대는 10만9511명에서 10만4298명으로 5213명(-4.7%) 감소했다.

정부의 기초연금법 최종안은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할수록 기초연금 지급액이 감소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가령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20년 이상이면 기초연금 수령액은 월 20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연금 가입 기간도 늘어나는 40·50대가 '역차별' 등을 우려해 탈퇴 기류에 편승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30대 임의가입자 역시 올해 1월 2만5141명에서 8월 2만665명으로 4476명(-17.8%) 줄었다. 정부가 지난달 말 기초연금법 최종안을 발표한 이후 연령대별 비판이 확산되는 와중에도 유독 청년층에 한해 '피해는 없다'고 못 박았으나, 현재의 청년층이 노인층에 진입할 때에는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20년을 넘게 돼 기초연금을 절반밖에 받지 못한다는 우려가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사회정책팀장은 "현재의 정부안대로라면 국민연금 탈퇴 기류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기초연금) 제도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안을 그대로 가져가야 할 것이냐'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무너진 정부 신뢰

문제는 올해 1~8월 2만 명을 넘어선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이탈이 전초전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최근 언급한 대로 '100만 명 탈퇴' 예상과 복지정책에 대한 불신 확산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8개월간 '임의가입자 2만132명 탈퇴'는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법 최종안이 지난달 27일 국무회의를 통과하기 한 달 전까지만 집계한 수치다.

숱한 논란을 불러 온 기초연금 문제의 심각성이 9월 중순을 전후해 국민들에게 각인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국민연금 탈퇴 현상은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 정부안이 확정된 이후 국민연금공단 전국 각 지사에는 국민연금을 탈퇴하려는 지역가입자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부산지사의 한 관계자는 "임의가입자는 물론 지역가입자들까지 국민연금을 탈퇴하기 위해 지사를 찾고 있다"면서 "이 같은 현상은 전국적으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국민연금 엑소더스'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김남희 변호사는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에서 임의가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은 아니지만 탈퇴자가 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초연금의 정책 방향이 잘못 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