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 발표한 전기요금 인상 및 체계 개편안에서 주택용 누진제 개편안이 쏙 빠져 궁금증을 낳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부터 주택용 누진제 개편과 산업용 인상으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의 가닥을 잡았다고 밝혀왔다.

또 당정 협의에서도 현행 6단계 누진제를 3~4단계로 단순화하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검토됐다. 새누리당 에너지특위는 지난 8월 3단계 누진제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현행 누진제 구간은 1단계(사용량 100㎾h 이하), 2단계(101∼200㎾h), 3단계(201∼300㎾h), 4단계(301∼400㎾h), 5단계(401∼501㎾h), 6단계(501㎾h 이상)로 구분된다.

전력량에 따른 요금(저압용 기준)은 1단계 59.10원, 2단계 122.60원, 3단계 183.00원, 4단계 273.20원, 5단계 406.70원, 6단계 690.80원으로 가장 비싼 6단계는 1단계의 11.7배에 달한다.

일본은 3단계에 1.4배, 미국은 2단계에 1.1배이고 중국 3단계 1.5배, 인도 3단계 1.7배, 대만 5단계 1.9∼2.4배 등이다.

외국의 누진 구간 및 배율과 비교하면 누진율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따라서 이번 요금 인상과 함께 누진제 개편도 동시에 발표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산업부는 개선 필요성에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구체적인 개선방안에 대해다양한 의견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추가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뒤 단계적으로 개선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진현 산업부 2차관은 "쟁점은 단계를 축소하고 슬로프(누진율)를 낮추는 효과를 내는 것"이라며 "(슬로프를 낮추면) 다소비 계층은 요금이 떨어지고 적게 쓰는 층은 올라가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수도 적지 않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애초 전력 사용이 적은 구간에 소외계층·빈곤층이 많다고 여겼지만 현재는 1∼2인 가구 비중이 50%를 넘어서면서 누진제의 틀 자체가 변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회 공청회에서는 다수 소비자가 사용하는 200∼600㎾h 구간에 단일요율을 적용하고 900㎾h 이상 다소비 가정에 높은 요율을 적용하자는 안도 나왔고, 누진율을 중간폭으로 완화하면서 구간별 요금격차를 최적 상태로 조정해보자는 안도 있었다.

과거 연구기관 보고서에서는 누진제 구간을 3단계로 줄이고 누진율을 3분의 1로축소할 경우 소득순위 1분위 가구는 13%, 10분위 가구는 3%의 요금 증가율이 있어 저소득층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시뮬레이션도 있었다.

반면 저소득층이 누진제 2∼4구간으로 이동하고 있어 현행 누진제가 반드시 에너지 복지를 위해 최적 모델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한 차관은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음 달 한전에서 안을 내면 국회 산업위 포럼에서 토론을 거쳐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