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을 가득 싣고 부산신항으로 들어오는 컨테이너선. 최근 부산 국제해운거래소 설립 문제가 '선박금융 클러스터 도시' 조성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신문DB

- 정부와 민간 합동 SPC 방식
- 市, 사업비 200억 규모 추진
- "해양수산부도 암묵적 동의"

- 해운업 경쟁력 확보는 물론
- 금융도시 기능과 연계되면
- 세계 최대 시장 발전 가능

세계 해운시장의 중심축이 아시아권으로 이동하면서 부산 국제해운거래소 설립 문제가 '선박금융 클러스터 도시' 조성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이달 초 설립 방침이 확정된 해운보증기구와 국제해운거래소가 부산의 금융도시 기능과 연계돼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면 지역경제 활성화를 넘어 부산을 세계 최대의 해운공급 시장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해운거래 관련 독자적 시장 형성과 정부·민간의 유기적 협의, 중앙 정부 지원 확대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 내년 1월 설립 '암묵적 동의'

해운거래소는 선박의 매매·용선 등 해운 관련 거래가 이뤄지는 곳을 말한다. 1900년 영국 런던에 설립된 '발틱해운거래소'(Baltic Exchange)가 시초다. 한국에서는 1997년 서울해운거래소(해양수산개발원)와 2002년 사이버해운거래소(해양수산부)가 설립됐으나 당시 시장 미성숙과 중개업자 참여 저조 등으로 시스템만 구축한 채 실패했다.

부산시는 이 같은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2010년 1월 '국제해운거래소 설립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2011년 7월 당시 국토해양부에 거래소 설립을 공식 건의했다. 또 같은 해 8월에는 해운중개업협회·부산발전연구원 등과 함께 해운시황 분석 등을 담당하는 '해운거래정보센터'를 발족했다. 시가 해운거래소를 만들기로 한 이유는 해양 관련 비즈니스 정보의 집중화가 이뤄져야 글로벌 해양금융 도시로의 도약이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아울러 해운·조선·금융을 아우르는 정보서비스 체계를 구축하면 선박금융과 관련한 한국의 유럽시장 의존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 시는 현재 국제해운거래소 설립 시점을 내년 1월로 보고 있다. 총 사업비 규모는 200억 원이며 추진 주체는 정부와 민간 합동 SPC(자산유동화 전문회사)다.

다만 설립 절차는 올 초 탄소배출권거래소와 같은 '정부 지정' 방식이 아니다. 국제해운거래소의 법적 성격과 운영 주체 등에 따라 절차 및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시 송종준 항만물류과장은 "자본금의 100%를 국비로 채울 수 없어 시가 (자본금 지원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따라서 설립 위치는 (부산으로) 자연스럽게 결정될 것이다. 해양수산부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는 해운거래정보센터의 국제해운거래소 전환도 유력안으로 검토 중이다. 선박거래 정보를 생산하는 센터의 현재 기능을 확대·재편한 뒤 이를 바탕으로 운임지수 개발과 금융상품 론칭, 파생금융상품 거래 등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글로벌 투자 유치 효과, 과제도 산적

	국제해운거래소 건립 장소로 검토되고 있는 문현금융단지. 국제신문DB

부산에 국제해운거래소가 설립되면 한국 해운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와 선박금융 확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가 예상된다. 또 선박용선과 해양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해 해상운임을 이용한 옵션상품 개발 등 추가 상품의 등장도 가능하다.

특히 해운·금융 전문가들은 수도권 소재 금융기관의 부산 이전과 정부가 설립을 확정한 해운보증기구 등과 연계되면 해운시장·금융정보 등을 공유하는 신개념 정보채널 구축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운거래정보센터 이석용 박사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 아시아는 세계 최대의 해운공급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며 "선박금융과 관련한 글로벌 투자자들을 부산으로 유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해운거래와 관련한 시장 여건 형성 ▷민간 참여 유도 극대화 ▷중앙 정부 지원 등 '2015년 설립'까지 남아 있는 과제도 산적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시는 국제해운거래소 설립·운영과 관련한 내년도 예산 확보를 위해 오는 5월 이후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올해 말까지 아시아권 중심의 해상운임지수를 개발해 부산의 해운·금융 국제공인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운임지수는 해상운송 비용의 변화에 따른 비율을 수치화한 값이다. 현재는 발틱운임지수(BDI)가 사용되고 있다.


# 설립 앞 해결해야 할 난제는

- "독자적인 시장형성 民·官 힘 모아야"

해양·금융산업 발전과 글로벌 투자 유치 등 국제해운거래소의 기대효과와 달리 설립을 둘러싼 난관도 곳곳에 있다.

16일 부산시와 해운거래정보센터에 따르면 시는 2010년 1월 기본계획을 수립한 이후 4년 동안 조사·연구 위주의 설립 작업을 진행했을 뿐 민간 투자유치 방안과 해운거래 여건 마련 등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독자적 시장 형성 미흡 ▷해운거래 인식 부족에 따른 민간 참여 유도 어려움 ▷중앙 정부 지원 부족 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시와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제해운거래소의 '고객'으로 볼 수 있는 해운사와 선박거래 회사, 금융사들이 스스로 시장을 형성할 정도의 여건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공공부문 지원만으로 거래소를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민간의 자본 출자 등을 최대한 이끌어 내야 하지만 해운거래소에 대한 인식 부족 탓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시 관계자는 "민간과 공공이 파트너십을 이뤄 시장을 형성해야 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라며 "정부의 국비 지원도 현 시점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해외 사례를 보면 1993년 설립된 중국의 상해항운교역소(SSE)는 국가 부속기관으로 지정돼 중국 교통부와 상해시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영국 발틱해운거래소는 2000여 명에 달하는 회원들의 출자로 이뤄진 주식회사 형태여서 현재까지도 민간 투자 및 거래가 활발하다.

시는 이 같은 해외 사례를 최대한 벤치마킹해 한국에 적합한 해운거래소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설립 이후 2016년까지는 정보 제공과 운임지수 개발·발표를 추진하고 2017~2019년 해운거래 기반 강화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또 2020년 이후에는 한·중·일 선가지수 운용과 선박금융 기관 맞춤 정보 제공 등 운임파생상품 거래와 서비스 확대를 진행하기로 했다.


# 亞 운임지수 개발로 '발틱'에 도전장

- KRX와 파생상품 개발·운용 계획

부산시는 해운거래정보센터(MEIC)와 함께 '아시아 건화물 운임지수'를 개발해 올해 말 발표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 이를 계기로 운임지수를 활용한 파생상품을 한국거래소(KRX)와 개발·운용함으로써 해운거래정보시장을 확대하고 주도권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시가 부산발 운임지수 개발에 나선 것은 현재 통용되는 영국 발틱운임지수(BDI·건화물지수)와 호베로빈슨 운임지수(HRCI·컨테이너지수) 등이 유럽 해운시장을 중심으로 산정돼 아시아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는 한·중·일, 인도 등 아시아권 28개 항로에서 운송되는 철광석과 석탄 같은 건화물(드라이 벌크)을 대상으로 아시아권 건화물 운임지수를 우선 개발한 뒤 발틱지수와 같은 항로로 넓혀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기로 했다. 우리나라 장수해운 제일상선 등 20여 개사를 비롯해 싱가포르 호베로빈슨, 중국 ICAP해운 같은 국내외 유명 해운중개업체를 패널리스트로 구성해 항로별 계약 실적과 정보를 취합해 해운거래정보센터에서 운임지수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시는 건화물 운임지수를 시작으로 내년에 컨테이너, 탱커 운임지수를 개발한다.

해운거래정보센터를 시와 공동 운영하는 한국선급(KR)은 세계 2위의 해운중개업체인 영국 SSY와 함께 경기변동 형태에 따른 신개념 '선박가치 평가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권 운항·신조 선박의 상세 명세 및 가격정보 등을 평가해 선박금융 컨설팅과 해운기업 간 3자 보증(에스크로우)을 지원할 계획이다.

◇ 부산 국제해운거래소 개요 구분  내용 사업기간  2011~2015년 사업비 200억 원 추진주체  정부·민간 합동 SPC 규모  정규직 100여명 역할 해운금융 중개, 선박 파생상품 거래 ※자료 : 부산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