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실상 증세 검토에 나선 것은 돈 쓸 곳은 많은데 경기 침체로 세수가 줄면서 나라 살림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세목 신설, 세율 인상 등 '직접 증세'는 아니지만 비과세·감면제도를 줄여 실제로 걷히는 세금을 늘리는 방식 등으로 '사실상 증세'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4월까지 올해 국세 진도율은 34.4%에 그쳤다. 이는 올해 계획된 국세 수입 예상치(216조5000억 원) 대비 4월까지 실적치(74조6000억 원)의 비율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35.0%)보다 0.6%포인트 낮고, 2012년 같은 기간(약 40%)보다 5%포인트 이상 낮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법인세수는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부가가치세수는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세손 결손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는 지난해의 세수 진도율(95.9%)에도 못 미치는 실적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하반기 세수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해 실제 국고에 수납된 세수는 201조9000억 원으로 계획보다 8조5000억 원 부족했다. 지난해 수준의 세수 진도율(95.9%)을 기록하면 올해 부족한 세수는 8조9000억 원이다. 하지만 지난 4월까지의 실적이 지난해에 못 미치고 하반기에 뚜렷한 경기 활성화 요인이 없으므로 세손 결손 규모가 1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세수 여건이 안 좋다 보니 수면 아래에 있던 '증세론'도 고개를 든 것이다. 정부가 신용카드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일몰이 적용되지 않는 조세감면 제도에 일몰을 신설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정부는 또 항구화된 조세특례 감면 제도에 일몰을 신설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230건의 조세특례 감면 제도 중 일몰 적용을 받지 않는 제도(76건)의 감면규모는 21조1000억 원으로 전체의 63.4%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세수효과가 큰 법인세율, 부가가치세율을 높여 세수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그나마 한국 사회에서 세 부담 여력이 있는 것은 대기업 집단"이라며 "정부는 증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제는 법인세를 중심으로 적극적 증세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증세는 가뜩이나 활기를 잃은 경기에 더욱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국민의 조세저항을 불러올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많다. 신용카드 사용금액 소득공제의 경우 정부가 지난해 소득공제율을 15%에서 10%로 축소하기로 했다가 반발에 부딪혀 결국 국회 논의 단계에서 1년간 추가 유예기간을 설정하기로 한 바 있다.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와 연구개발(R&D)비용 세액공제로 혜택을 많이 받던 대기업들도 반발할 것이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