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항대교 높이 맞추려

- 굴뚝까지 접었는데 '복병'

- 감만부두 보강 유일한 대안

- 11억 원 계선주 공사비 부담

- 부산시-BPA 서로 미뤄

'산 넘어 산'. 부산항대교의 높이 제한(60m)에 걸려 굴뚝을 접고 새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북항 재개발지역 내)에 들어올 것으로 알려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크루즈선 '퀀텀 오브 더 시즈호'(16만7800t·본지 지난 6월 16일 자 14면 보도)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입항을 못할지도 모른다. 감만부두 계선주(선박을 밧줄로 매기 위해 부두에 세워 놓는 기둥) 보강공사비 11억 원 부담을 놓고 부산항만공사(BPA)와 부산시가 서로 미루고 있어서다. 퀀텀호가 입항하지 못하면 승객 4180명이 부산에서 쓸 관광수익 25억여 원은 물론 초대형 크루즈 기항지로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 한국관광공사 조사 결과 지난해 부산을 찾은 크루즈 승객당 평균지출액은 580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BPA는 세계 2위의 로열캐러비안크루즈(RCI)사의 퀀텀호를 내년 7월 부산항에 입항시키기 위해 부산항대교 높이에 맞게끔 선체 굴뚝을 접이식으로 설계를 변경해 달라고 지난 6월 RCI사에 요청해 성사시켰다. 굴뚝을 접으면 선체 높이가 62.5m에서 58m로 낮아져 다리를 통과할 수 있다. 

문제는 새 여객터미널 크루즈부두의 계류시설이 10만t 급에 그쳐 16만t 급 퀀텀호를 댈 수 없고, 북항 재개발사업지 내 해양문화지구와 붙어 있어 확장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퀀텀호를 수용하는 방안은 기존 영도구 동삼동 크루즈터미널을 확장하거나 통폐합으로 비어 있는 컨테이너 전용 감만부두 4번 선석을 활용하는 것. 동삼동 터미널은 부산해양항만청이 439억 원을 들여 현재 8만t 급 규모를 22만t 급으로 보강할 계획이어서 곤란하다. 현실적 대안은 감만부두 계선주 보강(70t→150t). 용역비(4억 원)를 빼면 공사비는 7억 원으로 많지 않지만 3, 4년 후 동삼동 터미널이 확장되면 감만부두 보강의 필요성이 사라지기 때문에 BPA와 시가 공사를 떠넘기고 있다. 시와 BPA는 감만부두 계선주 보강을 하반기 해양항만행정협의회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지만, 회의가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다.

당장 다음 달 착공하지 않으면 내년 7월 입항 예정인 퀀텀호를 놓칠 수 있는 만큼 두 기관이 분담해 공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번 문제는 크루즈 인프라가 선박의 대형화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산항 크루즈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부산발전연구원 최도석 선임연구위원은 21일 "크루즈산업의 눈부신 성장 속도를 고려해 멀리 보고 투자하지 않으면 활용도가 떨어져 예산을 추가로 들여 보강공사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 부산항 대형 크루즈 접안시설 현황

▷새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부두=10만t급(부두길이 360m)/북항 재개발사업 해양문화지구와 인접해 확장 곤란.

▷동삼동 크루즈터미널=8만t급(부두길이 360m)/439억 원 들여 22만t급(435m)으로 확장 추진, 공사기간 3년.

▷감만부두=부두 통폐합으로 4번 선석 반납/11억 원 들여 계선주 보강하면 16만t급 접안 가능.  

※자료:부산항만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