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신호산업단지의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크로스오버 차량인 '로그'를 생산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부산공장에서 연간 8만 대의 로그를 생산해 북미지역에 수출할 예정이다. 백한기 선임기자 baekhk@kookje.co.kr

	이강덕 포항시장

"부산기업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포항을 선택해주십시오." 지난 21일 부산롯데호텔에는 이강덕 포항시장, 이칠구 포항시의회 의장 등 경북 포항의 유력 인사들이 부산기업인들을 대거 초청해 투자 유치 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는 부산지역 자동차 및 조선 부품업체, 금융권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 설명회는 투자 최적지로서 포항의 강점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내년 3월 예정된 서울~포항 KTX 개통과 2016년 상반기 포항~울산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포항에서 울산까지는 자동차로 30분, 부산 해운대까지는 1시간 거리에 불과해진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했던 A 기업 대표는 "개발 중인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의 평균 분양가가 3.3㎡당 50만~70만 원에 불과한 데다 우수한 첨단과학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관심이 간다"고 밝혔다.

■치열한 지자체 간 기업 유치 경쟁

외국이나 서울이 아니라 인근 지자체에서 부산을 찾아 이 같은 설명회를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앞으로 지자체 간 기업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유사한 설명회가 잇따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부산시도 타 지역의 기업 유치를 위해 자만하지 말고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은 대규모 부지 확보가 어렵고 경기도보다 공장부지 값이 비싸며 수도권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대기업 투자성향 등으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을 유치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른 지자체와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기업유치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 유치는 일자리 창출, 인구 유입, 지역 산업구조를 고도화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26일 부산발전연구원(부발연)에 따르면 연 1조 원 매출 규모의 자동차산업을 유치할 경우 생산유발액은 3조4498억 원, 소득유발액은 4995억 원, 고용유발인원은 1만5961명으로 추산된다. 르노삼성차를 예로 들면 2009년 기준으로 연매출 3조6561억 원, 종사자 7600명, 협력사 58개사 8500명 고용 등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경제계는 또 부산시가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서비스 관광 IT 게임 분야로 기업유치 업종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산지역으로의 전입기업(2010~2013년·284곳)을 업종별로 보면 ▷기계장비(59개·20.8%) ▷조선기자재(35개·12.3%) ▷철강(33개·11.6%) 등 제조업체가 203개 71.5%를 차지한다. 서비스업체(81개·28.5%) 보다 월등히 많은 실정이다.

■유치 기업 사후 관리 통한 마케팅 시급

유치 업종을 다양화하고 부산으로 이전한 기업에 대한 사후 관리 프로그램을 강화해 이들을 통한 도시 마케팅에도 적극 나설 필요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부산으로 이전한 B 기업 관계자는 "기업을 유치할 때는 무엇이든 다 해줄 것같이 했지만 막상 들어오니 행정 절차나 규제가 까다롭다"며 "우리처럼 외부에서 온 기업이 입소문을 잘 내줘야 하는 만큼 부산시가 이전기업에 대해서 사후 행정적 지원까지 적극 해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부산으로 이전하는 기업 상당수가 서부산권 산업단지로 이전하고 있다. 부산의 기업 입지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연계교통망 구축이 시급하다. 이는 수도권이 교통망을 잘 구축하면서 산업단지에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까지 유치한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부산의 경우 서부산권 교통망은 녹산산업대로, 신항제2배후도로, 신항만배후철도에 불과해 현재 추진 중인 강서국제물류도시의 산업단지 개발과 연구개발 특구 성공을 위해서는 종합적인 교통망 구축이 시급하다.

부발연 김도관 연구위원은 "서부산권 산업단지의 연계교통망 정비와 광역연계 배후수송망 구축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부산~마산 복선전철, 엄궁대교 및 연결도로를 조기에 건설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