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공계-전공, 인문계-적성
- 토론방식 창의성면접 도입
- 내년 하반기 공채부터 시행

삼성그룹이 내년 하반기 대졸자 공채부터 '직무적합성 평가'를 도입한다. 시험 위주로 진행돼 온 기존의 채용 방식은 스펙(자격증·어학점수 등)을 배제한 직군별 평가 방식으로 바뀐다. '과열' 논란을 불러온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는 이 평가를 통과해야 응시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평가가 SSAT 전 단계에서부터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를 통해 걸러내는 방식이어서 사실상 서류전형이 부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그룹은 5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채용제도 개편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직군별 전형 절차를 다양화하는 내용의 '직무적합성 평가'를 내년 하반기 3급(대졸) 신입사원 채용 때부터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제도는 직군에 맞는 직무 역량을 중심으로 지원자를 평가하게 된다. 연구개발·소프트웨어 직군은 전공 능력 위주로, 영업직과 경영지원직은 직무적성 위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취업 준비자는 지원 시 '직무 에세이'를 제출하고 삼성은 이를 토대로 SSAT 응시 자격을 결정한다. 이 평가에서 탈락하면 SSAT를 치를 수 없다. 평가 과정에서는 출신대학 등 직무와 무관한 스펙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삼성그룹은 설명했다. 지원자와 면접위원의 토론 방식으로 진행되는 '창의성 면접'도 신설됐다. 이에 따라 삼성의 채용 단계는 현행 'SSAT→실무면접→임원면접' 3단계에서 '직무적합성 평가→SSAT→실무면접→창의성 면접→임원면접'의 5단계로 세분화한다.

삼성그룹이 채용제도를 개편한 것은 현재의 신입사원 채용제도를 도입한 1995년 이후 20년 만이다. 앞서 올 1월에는 전국 4년제 대학 총·학장에게 인재 추천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발표됐으나 '줄 세우기' 등 부작용이 우려돼 백지화됐다. 따라서 이번 개편안은 '창의적인 인재'를 뽑기 위해 획일적인 시험 방식을 지원자 능력에 맞게 다양화한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이 평가를 놓고 벌써부터 '서류전형 부활' 논란이 일고 있다. SSAT를 시행하기 전 단계에서 '직무 에세이' 등 서류를 통해 상당수의 지원자를 걸러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 이준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출신 대학과 스펙을 일절 반영하지 않고 직무의 특성을 위주로 평가하기 때문에 서류전형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일축했다. 한편 삼성은 지방대학 출신(35%)과 저소득층(5%)에 적용 중인 채용 비율은 현재대로 유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