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1호기 폐쇄하라" 십자가 집회- 부산YMCA를 비롯한 기독교·사회단체 회원들이 27일 오후 부산 기장군 고리스포츠문화센터 앞 야외 공연장에서 십자가를 들고 고리 1호기 폐쇄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 계속운전 주민 의견수렴 외면
- 고리 6월까지 재가동여부 결정
- 평가서 작성때 지역여론 반영한
- 원안법 개정안 수용이 최대쟁점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27일 월성 1호기에 대해 2022년까지 수명을 연장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렸다. 이에 따라 2012년 11월로 설계수명이 끝난 월성 1호기가 2022년까지 7년 더 가동된다. 월성 1호기의 연장 운영 결정은 고리 1호기의 수명재연장에도 직결되는 문제다. 정부가 노후 원전이라도 안전하다고 판단된다면 연장 가동하겠다는 의지를 사실상 밝힌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리 1호기의 수명재연장 여부도 뜨거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이미 고리 1호기에 대한 두 번째 계속운전 허가 신청을 검토하는 등 수명이 다 돼가는 노후 원전에 대한 재가동 신청 수순을 밟고 있다. 한수원은 이날 원안위 결정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 해외 원전 계속 운전 현황을 발표하기도 했다.

쟁점은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원자력안전법 문제다. 지난달 20일 개정공포된 원안법은 수명이 다한 원전의 계속운전 허가 전에 방사선환경영향평가 주민의견 수렴을 반드시 거치도록 돼 있다. 월성 1호기의 계속 가동문제를 결정할 때 개정된 원안법을 따라서 주민의견을 수렴해야 하는지를 두고 이번 원안위에서도 공방이 계속됐으나 결국 표결을 통해 계속 운전이 결정됐다.

월성 1호기의 계속 운전 결정으로 이미 한 차례 연장된 고리 1호기의 수명재연장도 관심을 끈다. 고리 1호기는 2007년 설계수명 30년을 맞아 가동을 중단했고, 이후 심사와 주민합의 등을 거쳐 2008년 1월부터 10년 재가동에 들어갔다. 고리 1호기를 2차 계속 가동하기 위해서는 연장 운영 종료 시점인 오는 2017년 6월을 기준으로 2년 전까지 신청을 마쳐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고리 1호기의 경우 월성 1호기와는 달리 개정된 원안법을 따르기 때문에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할 때 초안을 주민들에게 공람하게 하거나 공청회 등을 통해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이미 원전을 신규 건설하는 경우에는 주민의견수렴을 하도록 법으로 명시돼 있고, 그동안 주민들의 반대가 크더라도 원전을 짓기로 한 계획이 취소된 적이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주민의견수렴 절차 자체가 요식적인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과 주민들은 월성 1호기의 계속 연장을 반대했지만 원안위가 이에 대한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원안위의 의사 결정 과정 자체도 문제로 삼고 있다. 정부·여당 추천 위원 7명, 야당 추천 위원 2명이라는 원안위의 구성원 문제도 논란이다. 이 같은 원안위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고리 1호기의 안전성을 논의할 때라고 해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고리 1호기는 1977년 이후 최근까지 사고·고장 건수가 130건으로 국내 원전 중 가장 많았던 데다 가동률이 갈수록 낮아지고 가동정지 일수가 늘어나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