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수도권·중기 실정 고려 없고
- 단순 생산기지 전락 부추겨 논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비수도권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실적이 상대적으로 저조한데도 수도권과 대기업에 초점을 맞춘 'R&D 규제 완화'를 촉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경련은 국내 기업의 R&D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12가지 정책과제를 정부에 건의했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중국의 추격과 영업이익 급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R&D가 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경제성장에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12개 과제를 분야별로 보면 지역 구분이 없는 조세지원 부문(일몰 연장 촉구 등)을 제외한 5개 핵심 건의사항이 수도권과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해달라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전경련은 수도권 내 R&D센터를 건립할 때 부과되는 과밀부담금을 면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수도권에 집중된 '연구전담용 건축물'에 대해서는 세액공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과 관련해선 ▷국책과제 수행 시 기술료 부담 완화 ▷전문 연구요원 확대 ▷중소기업으로의 기술이전 시 세액공제 확대 등을 제안했다. 전경련은 "수도권 내 대형 R&D센터 설립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과밀부담금이 부과돼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전경련이 'R&D 활성화'를 정책 건의의 배경으로 내세웠지만 다수의 전문가는 비수도권 중소기업의 열악한 R&D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수도권 빗장 풀기' 요구를 관철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산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지역의 산업기술인력 실태와 정책적 대응방향' 보고서를 보면 비수도권 기업(제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율은 2010년 기준으로만 봐도 0.67%로 수도권(1.25%)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산업연구원은 양측의 격차가 매년 확대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산업연구원 김영수 연구위원은 "2000년 중반 이후 서울과 인천 등에 대규모 R&D센터가 집적되면서 비수도권 기업의 주요 인력 상당수가 수도권으로 이전했다"며 "비수도권 지역이 단순 생산기지로 전락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