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윤모(36) 씨는 최근 인터넷에서 본 광고 하나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사연은 이랬다.

한 달 전 대출 상환일이 임박해 '급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윤 씨는 인터넷 카페를 서핑하던 중 우연히 '개인통장 매매'라는 제목의 글을 발견했다. '통장 1건당 매입 금액은 80만 원이고 통장 사용료를 월 300만 원까지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윤 씨는 평소 사용하지 않는 자신의 '장롱 속 통장'을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의문이 들었다. 미사용 통장 1개 값으로는 금액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윤 씨는 금융당국에 문의했다. 이후 '통장을 타인에게 매매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 불법 금융광고였던 셈이다.

최근 인터넷과 모바일 메신저 등을 이용한 불법 금융광고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 등 사이버상 피해 현황과 방지 요령 등을 10일 제시했다.

■4개월간 적발된 불법 광고만 888건

금감원이 지난 1월부터 4월 말까지 집중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사이버상 불법 금융광고 적발 사례(건수)는 ▷예금통장 매매(446건) ▷작업대출 광고(188건·대출서류 조작 방식) ▷무등록 대부업 광고(123건) ▷휴대전화 소액결제대출(68건) ▷개인신용정보 매매(63건) 등 888건에 달했다.

우선 가장 많이 적발된 예금통장 매매는 윤 씨의 경우처럼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게시판 등에 '개인·법인통장 매매합니다'와 같은 광고 문구로 등장한다. 특히 통장과 체크카드, 보안카드, OPT(일회용 비밀번호) 등을 건당 70만~100만 원에 매입하고 통장 사용료(월 300~400만 원)까지 지급한다는 문구로 피해자를 현혹시킨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법으로 매매된 통장은 대부분 대포통장 용도로 사용돼 대출사기나 피싱사기 등으로 이어진다"며 "통장 매매에 가담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돼 금융거래가 일정기간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작업대출' 광고도 유의해야 한다. 이 대출은 서류를 조작해 더 많은 대출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무직자를 대상으로 4대 보험이나 재직증명 관련 서류를 조작해 직장인 자격의 대출을 받게 하는 등의 방식이다. 전세·사업자금 대출을 위해 임대차계악서나 사업자등록증을 위조하는 방식도 사용된다. 작업대출에 가담해도 형사처벌을 받는다.

■휴대폰 통한 대출·정보매매 활개

스마트폰 등을 통한 불법 금융광고도 늘고 있다. 휴대전화 소액결제대출 사례의 경우 '소액결제 후 현금으로' 등의 문구로 대출 희망자를 유도한 뒤 대출 희망자 명의의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통해 게임아이템이나 사이버머니 등을 구입하게 한다. 이후 사기범은 이를 중개업자에게 되팔아 현금화한 뒤 결제금액의 10~40%를 수수료로 수취하고 잔액을 대여해 주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개인신용정보 매매는 '게임 디비(DB)'나 '대출 디비', '통신사 디비' 등 각종 개인신용 정보를 건당 10~50원 정도에 판매하는 형태로 거래된다. 사기범은 이 정보를 매입해 대출사기나 피싱사기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이용한다.

무등록 대부업 광고는 일반적인 대부광고와 외관상으로는 동일하다. 하지만 폐업된 대부업체 상호나 도용된 등록번호를 이용한 광고가 대부분이다.

금감원은 ▷불필요한 인터넷 회원가입 자제 ▷개인정보 철저 관리 ▷무등록 대부업 이용 자제 ▷신용카드깡 등 불법자금 융통행위 주의 ▷불법 금융광고 발견 시 금감원(1332) 신고 등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