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15조 원 이상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방침을 결정했지만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6일 경제 전문가들은 우선 정부가 여론에 밀려 급하게 추경 편성을 밀어붙임에 따라 부실한 결과가 도출돼 의도했던 대로 한국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에 의문을 나타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달까지만 해도 추경 편성에 부정적인 의견을 줄곧 고수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 메르스 사태 및 가뭄 확산 등으로 추경 편성에 대한 요구가 계속 이어지자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을 때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최 부총리가 실무진에게 추경 편성에 관해 사전 지시를 내렸다 하더라도 그 기간은 2주 남짓이다. 이로 인해 기재부 측은 추경의 구체적인 항목과 금액마저 확정하지 못해 결국 세부 내용이 담긴 추경안을 다시 만들어 7월 초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행정 낭비를 하게 됐다.
당정협의회 과정에서 드러난 엇박자도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도 추경 편성 과정에서 의견 대립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이번처럼 집권 여당 측이 강한 어조로 정부를 궁지로 밀어넣은 사례는 드물다.
기재부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이번 추경 편성 과정에서 기재부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며 줄곧 정치권 등 외부에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하반기 경제정책을 서둘러 내놔야 하는 경제정책국과 한정된 기간 내 추경의 얼개를 만들어야 하는 예산실 간 불협화음도 발생했다. 일부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당초 3.8%에서 3.1%로 대폭 내린 점을 들어 장기 전망 능력 부족을 거론하기도 한다.
경제계 관계자는 "경제정책을 짜는 주무부처가 지금처럼 갈팡질팡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며 "기재부가 정치 논리에 휘말려 경제정책의 사령탑 기능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