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수영구 망미동 일아오픈 본사 전경

- 대기업 득세 시장서 '틈새공략'
- 엔지니어 보강 등 과감한 투자
- 불리한 여건 속 부산 본사 고집
- 향후 동남아시장 진출 목표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인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다국적 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솔루션을 확보한 업체가 부산에 있다. 지난 2004년 설립된 IT 기업 (주)일아오픈이다.

일아오픈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주력 사업으로 하기 위해 지난해 일아아이티에서 상호를 변경해 새롭게 출발했다. 일아오픈은 MS의 라지어카운트리셀러(LAR·기업고객을 대상으로 MS라이선스 제품을 직접 받아 제공하는 리셀러) 사업과 IT인프라 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며 연 매출 200억 원대의 B2B IT 인프라 서비스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후 열악한 지역 IT비즈니스 환경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통합 보안관제 및 정보보호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 지난 7월 부산시가 선정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2015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일아오픈 정성현 대표는 "대기업은 기술인력을 자체 수용할 수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우리 같은 IT 인프라 서비스 기업이 자체적으로 전문 인력을 확보해 공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아오픈은 현재 쿠쿠, (주)넥센, 세운철강, 태영인더스트리, 화승R&A 등 업체와 IT 인프라 서비스 계약을 맺고 있다.

IT 산업은 기술력이 핵심인 만큼 인재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 일아오픈은 기술 인력 보강을 위해 지난해에만 25억 원을 투자했다. 현재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시스템 분석가, 컨설턴트, 네트워크 기술 인력은 80명 수준으로, 올 연말에는 90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지난해는 클라우드 분야 전문가를 영입해 사내에 클라우드R&D 사업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중 특정 벤더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분야별 엔지니어를 확보한 업체는 전국적으로도 거의 없다. 그만큼 투자하기 힘든 분야다. 그래서 우리에 대해 '공격적이다', '위험하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투자에 나섰기 때문에 틈새시장을 개척하고 회사도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기술력에 대한 투자 결과, 지난 9월에는 클라우드 국산화 소프트웨어인 '엔트리(nTree)'를 발표했다. MS, IBM 등 주로 외산 솔루션만을 공급하던 기업이 독자 개발한 국산화 솔루션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전국 IT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엔트리는 데스크톱 등 컴퓨팅 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최신 보안 환경까지 구축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종합 솔루션이다.

	일아오픈 정성현 대표. 전민철 기자

이처럼 일아오픈이 전국적인 클라우드 전문기업으로 성장하면서,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정 대표는 "물론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서울이 유리하다. 정부나 IT 업계 내에서는 지역 기업의 기술력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사를 옮기지 않을 것이다. 현재 부산이 클라우드 산업의 메카로 거듭나려고 하는 상황에서 부산의 클라우드 전문 기업이 유출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 '지역 업체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사업 진출도 활발히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아프리카 기니의 태양광 가로등 설비 구축과 관련한 LED 스마트그리드 관제 솔루션 사업, 광케이블 통신 인프라 구축 사업을 진행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주력 사업인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플랫폼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정 대표는 "클라우드 서비스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초석이다. 현재 핀란드, 독일 등 유럽에 글로벌 기업은 아니지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으로 해외 48개국에 진출한 모델들이 나오고 있다. 향후 동남아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어 우리나라의 프로세스를 전수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