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 자금이탈·가계부채 부실 등 위협
- 차부품·철강·조선업계 악재 우려
- 韓銀 "곧바로 안 올릴것" 저울질

미국이 한국의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연방기금 금리를 9년6개월 만에 전격 인상했다. 이로써 2008년부터 지속된 미국의 '제로(0) 금리' 정책은 7년 만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1년 내내 글로벌 금융시장의 우려를 야기한 '연말 악재'가 현실화되면서 한국과 신흥국 등의 금융시장은 이번 결정이 미칠 파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16일(현지시간·한국시간 17일 새벽) 종료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재 0.00~0.25%인 연방기금 금리를 0.25~0.50%로 0.25%포인트 올린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이 자국의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006년 6월 30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연준은 5.00%에서 5.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그 이후 미국은 기준금리 인하 정책을 추진했고,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후인 2008년 12월 16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0.00~0.25%까지 설정했다.

연준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간 이어 온 '제로 금리' 정책의 종식을 선언하면서 한국과 신흥국 등의 금융시장은 먹구름에 휩싸였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파장으로 ▷환율·금리 변동으로 인한 주식·채권시장 불확실성 확대 ▷외국인 자금 이탈 ▷신흥국 타격으로 인한 국내 수출 감소 ▷가계부채 부실 위험 확대 등을 꼽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수석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고금리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가 유가증권시장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부실 가능성은 가장 큰 뇌관으로 꼽힌다.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자본 유출이 확대되면 한국은행이 빠져나가는 돈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 압박을 받게 된다. 현재 1.50%인 기준금리가 실제로 올라가면 이미 1100조 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한은 이주열 총재는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곧바로 따라올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 역시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내년 하반기에나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남권 경제도 '수출 타격'에 대한 우려가 크다.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이 자금이탈 가속화 등으로 경기 침체를 겪게 되면 이들 국가를 주요 교역국으로 삼는 지역의 수출 업체가 타격을 받고, 이는 곧 실물경제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BNK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중국(13.0%) 인도(2.5%) 러시아(1.9%) 브라질(1.1%) 남아공(0.3%) 등 주요 신흥국(브릭스 5개국)에 대한 동남권 경제의 수출액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18.8%에 달했다. 무역협회는 미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에 대한 수출이 위축되면 부산·경남 지역 주력산업이 자동차부품, 철강, 조선업 등의 타격이 클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