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국 "제2의 대우조선해양 방지"
- 진행률 점검·투입원가율 공개에
- 업계 "수주 영업비밀 노출" 반발
올해 상반기 최악의 실적을 야기한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회계' 사태 등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건설과 조선 관련 상장사의 회계 장부를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재무제표상 의무 공시 항목을 늘리거나 금액 기입의 적정성 여부를 자세히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해당 정보의 대외 노출 등으로 해외 수주 시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미청구 공사 금액의 적정성 ▷원자재 등 비금융자산 관련 공시 ▷영업 현금흐름 공시의 적정성 ▷유동·비유동 분류의 적정성 등 4가지 회계 이슈를 '2016년 중점 테마감리 분야'로 선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 올해 발생한 주요 회계의혹·감리 사례를 토대로 한 것이다.
내년도 감리 계획의 가장 큰 특징은 건설·조선업 등 수주산업의 미청구 공사(대금이 회수되지 않은 공사) 금액을 집중 점검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해당 업계에서 '공사 진행률 부풀리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가령 수주 기업이 공사의 50%가 진행돼 발주처에 해당 대금만큼을 청구했는데도 회계상으로는 진행률을 80%로 과대평가해 차액인 30%를 '자산'으로 인식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미청구 공사금액의 변동성과 매출액·수주액 대비 비율, 초과청구 공사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년 6월 감리대상 회사를 선정한 뒤 7월부터 감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상황에 맞춰 비금융자산 공시의 적정성 여부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철강 구리 등 원재료의 '취득 후 공정가치'가 하락했음에도 회계상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의 이 같은 방침은 금융위원회가 지난 10월 말 내놓은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과 궤를 같이한다. 금융위는 이 방안을 통해 건설사와 조선사가 내년부터 자의적인 회계처리를 최소화하고 '투입원가율' 등의 회계 정보를 공시하도록 했다. 또 회사의 사업장 중 계약 금액이 전체 매출의 5%를 넘는 사업장은 공사 진행률과 미청구 공사금액 등을 분기마다 재평가해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건설·조선업계는 '영업비밀 노출' 등의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투입원가율 등이 공개되면 외국 업체들이 국내 기업의 마진률 정보 등을 쉽게 알게 돼 해외 수주나 각종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경쟁력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동남권에 있는 건설 및 조선 관련 상장사는 13곳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동원개발 등 지역경제를 이끄는 기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