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던 공항 출국장 면세점이 이제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다. 한국공항공사가 김해·김포공항 면세점 사업자를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면세업계는 유찰 이유로 높은 임대료를 꼽는다. 출국장 면세점을 이용하는 인원이 아무리 많더라도 사업자 관점에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수준의 고액이기 때문이다. 출국장 면세점은 임대료를 높게 써내는 업체가 사업권을 갖는 입찰 방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한다. 반면 시내 면세점은 업체가 소유한 건물에 면세점을 입점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임대료 부담이 없다. 

2013년 당시 신세계가 641억 원이라는 높은 임대료를 써내 김해공항 면세점의 사업권을 따냈지만,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말 사업권을 중도 반납했다. 새 사업자를 뽑기 위한 1차 현장설명회에 7개 업체가 참여해 '눈독'을 들였지만 결국 입찰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마감된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자 재선정을 위한 입찰이 결국 유찰됐다. 한국공항공사가 공고한 김해공항 면세점의 수용 가능 연간 최소임대료(VAT 제외)는 427억4600만 원이다.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사업자만이 입찰 자격을 얻을 수 있는데 지난 5일 열린 2차 현장설명회에는 롯데를 비롯해 호텔신라, 두산, 시티플러스, 탑솔라㈜ 5개 업체가 참가했다. 한국공항공사는 15일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자 입찰을 마감한다. 

하지만 업계는 같은 조건으로 재입찰이 진행돼 또다시 유찰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이달 말 시내 면세점 추가 허용 여부를 검토해 발표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큰 공항 면세점에 섣불리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시내 면세점 추가 허용 여부는 면세점 전체 수익과도 연결된다. 면세점의 영업 구조상 시내 면세점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공항 면세점의 적자를 메우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시내 면세점의 경우 연평균 20%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반면, 출국장 면세점은 2012년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해공항 면세점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 롯데를 제외하고는 임대료 부담이 크고 수익성도 좋지 않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공항공사는 김해·김포공항 면세점 재입찰이 모두 유찰될 경우 최후의 수단인 임대료 인하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