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부터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지정(본지 27일 자 1면 보도)된 조선·해운사들의 시가총액이 최근 10여 일간 8000억 원 넘게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취약업종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 가속화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동남권 조선기자재 업체까지 포함할 경우 이 기간 감소한 시총 규모는 1조 원에 육박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조선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와 한진중공업, 국내 양대 해운사(한진해운·현대상선) 등 조선·해운 관련 6개 상장사의 시총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시행' 의사를 밝히기 직전인 지난 15일 14조 6196억 원에서 5대 취약업종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된 26일 13조7959억 원으로 8237억 원 감소했다.

이들 6개 기업은 정부 방침에 따라 향후 고강도 구조조정에 들어가거나 이미 채권단 관리하에 자구노력을 진행 중이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아니지만 정부의 이번 방안으로 직간접적 영향을 받게 될 부산 울산 경남지역의 주요 조선기자재 업체 6곳과 현대미포조선을 포함할 경우 같은 기간 이들 조선·해운사 13곳의 시총 감소액은 9749억 원(16조6413억 원→15조6664억 원)에 달했다.

주가도 일제히 내려갔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 6곳 중 이 기간 주가가 오른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특히 한진해운은 3415원에서 1900원으로 절반 가까이(-44.36%) 급락했다. 이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일가의 '부적절한 주식 처분' 등으로 기업의 부실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더 크게 부각된데다 '5대 취약업종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되기 직전 회사의 신용등급마저 강등된 데 따른 결과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5일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으로 무보증사채의 손상 가능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내렸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