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방만경영, 총체적 난국…정치권 개입부터 직원 비리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직원비리와 방만 경영이 마치 '양파껍질' 벗겨지듯 드러나며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특히 경연진·직원·정치권·채권단에 걸쳐 이뤄진 낙하산 인사 등이 그동안 수조 원대 공적자금으로 자기 배만 불린 사실이 알려져 대우조선의 위기는 단순히 조선업 불황 때문이 아니라는 지직이 나온다. 공적자금을 회수할 의무가 있는 산업은행은 이런 상황을 방치해 부실규모를 더욱 키웠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16일 대우조선의 한 직원이 8년 동안 180억 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이 직원은 회사가 어려워지기 시작한 2012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 사이 집중적으로 자금을 횡령했고 이후 퇴직금 1억 원을 받고 명예 퇴직했다. 대우조선은 이 직원이 회삿돈을 횡령하는 동안 단 한 번의 감사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직원의 횡령을 묵인한 임직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수사 당국은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으로부터 사업상 특혜를 받는 대가로 수억원의 뒷돈을 준 혐의로 휴맥스해운항공 대표 정모씨에 대한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남 전 사장은 재직 기간 대학 동창인 정 회장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일감을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은 2007년 정 대표가 대주주로 있는 업체에 선박블록 해상운송 사업에 대해 10년간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수의 계약을 맺고 이후에도 운임을 높여 정 대표에 거액의 수익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이 이 계약을 지시했고 이 과정에서 남 전 사장과 정 대표 사이에 금품이 오간 것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경영진부터 시작해 일반 직원까지 회삿돈을 주물러댄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우조선이 사실상 주인이 없는 회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있으면서 경영관리단을 파견했지만, 대우조선의 경영 부실을 막을 의지나 능력이 부족했다.

김열중 현 대우조선 재경본부장과 전임자인 김갑중·김유훈 대우조선 재경실장 등 산은 퇴직자를 CFO(최고재무책임자)와 사외이사로 줄줄이 내려보냈지만, 이들은 사업 타당성이 부족한 사업을 전부 승인하는 등 거수기 역할에 그쳤다.

감사 결과 대우조선은 철저한 타당성 조사 없이 조선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자회사에 투자해 9021억 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했지만, 2012년 경영실적 평가시 사실과 다른 실적자료를 제출해 임원성과급 35억 원을 부당하게 지급했을 정도다.

또 산은은 대우조선이 대규모 영업손실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 중이던 지난해 9월 직원 1인당 평균 946만 원을 격려금으로 지급하는 단체교섭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을 때도 별 조치를 하지 않았다. 결국, 대우조선은 수조원의 적자를 기록하고서도 직원에 총 877억 원의 격려금을 지급했다.

대우조선은 정치권이나 채권단과 연이 닿는 이들에게 아주 돈 벌기 쉬운 곳이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공개한 '대우조선해양 및 계열사 비상근 임원 자료'에 따르면 2000~2016년 74명이 상담역, 고문, 자문역 등 다양한 직위를 맡아 경영자문을 하고 근무기간에 따라 900여만 원에서 2억5000여만원을 챙겼다.

74명 중 대우조선 출신은 31명. 국정원·한나라당 국장·열린우리당교육특별위원회 등 조선업과 무관한 경력을 보유한 이들도 있었다. 특히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후보 특보를 맡았던 함영태 전 국민관광개발대표이사와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6명의 전·현직 대통령을 촬영해 '대통령 사진가'로 알려진 김재환 '란 스튜디오' 회장도 이름을 올렸다. 함 전 대표이사는 2008년 10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고문으로 있으면서 1억2090만 원을, 김 회장은 2011년 11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9690만 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