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실카드 사용 소비자 책임 20%
- 도난일 땐 카드사가 100% 책임

수수료를 둘러싼 카드사와 밴(VAN)사의 갈등이 봉합되면서 5만 원 이하 금액을 카드로 결제할 때 서명하지 않아도 되는 무서명 카드거래가 8월부터 대부분의 카드 가맹점에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카드업계와 밴(VAN·결제대행업체)업계는 무서명 거래 시행으로 감소하는 밴대리점의 수익을 나눠서 보전해주기로 합의하고 마무리 계약을 진행 중이다.

밴대리점이 전표 매입 수수료로 결제 건당 36원씩 올리던 수익을 18원은 카드사가, 12원은 밴사가 보전해주고 밴대리점도 6원의 손실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가 '5만 원 이하 무서명 제도'를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맹점 입장에서는 영업 시간을 단축하고 회전율을 높일 수 있다. 카드 결제 시 서명하는 것은 카드를 쓰는 사람과 명의자가 같은지를 확인할 법적 의무가 카드 가맹점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드 무서명 제도를 도입하면 결제 시 고객 대기시간을 건당 5초 단축할 수 있어 백화점 마트 등 대부분 가맹점은 이 제도를 환영하고 있다. 카드사는 총결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5만 원 이하 결제에 대해 밴대리점에 주는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도 서명을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카드 결제 시 서명을 꼼꼼히 비교하고 추가로 신분증을 요구하거나 4자리 이상의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데 편리함만 좇다보면 장기적으로는 카드사의 손실과 이용객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만약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된 이후 누군가가 분실카드나 도난카드를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일부 카드사는 '무서명특약'을 지난 5월부터 도입했다. 통상적으로 분실카드가 사용될 경우는 2(소비자):8(카드업계)로 책임 비율을 정했고 도난카드가 사용될 때는 100% 카드사가 책임을 진다. 금융당국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카드 뒷면에 반드시 본인 서명을 할 것을 권고했다. 또 인증 사진을 남겨두면 증빙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카드 분실 시 보상 받을 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