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매도 거래비중 기존 수치 회복
- 대차거래잔고도 다시 제자리
- 조작 주체 외국계 헤지펀드는
- 공시의무 교묘하게 빠져나가

주식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공매도 공시제도'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제도가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공매도 거래비중이 이전과 차이가 없는 데다 공매도 거래의 실질적 주체로 지목돼온 외국계 헤지펀드(hedge fund) 업체가 교묘히 법망을 피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4일 기준 국내 증시 전체 거래대금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3.9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새 제도 시행 직전인 지난 6월 29일 공매도 비중이 연중 최저치인 2.56%까지 떨어졌다가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달 27일 4.44%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조금씩 떨어지며 다시 4%대로 복귀해 올해 공매도 거래비중(3~6%대)과 비교해도 차이가 없다.

공매도 추이를 보여주는 대차거래 잔고도 제도 시행 초기인 지난 6일 58조 원대까지 내려갔다가 최근 다시 59조~60조 원대를 회복했다. 대차거래는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기관투자자 등이 다른 투자자에게 일정한 수수료를 받고 주식을 빌려주는 거래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하려는 투자자가 많으면 대차거래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문제는 새 제도가 공매도 세력의 '몸통'으로 지목돼온 외국계 헤지펀드 업체를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매도 세력으로 추정되는 외국계 헤지펀드보다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증권사들이 공시 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최근일(지난달 29일)까지 공시된 9599건 중 모건스탠리 인터내셔날 피엘씨가 공시한 것이 5625건으로 절반을 넘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제도 시행 한 달이 지나도록 외국계 헤지펀드 업체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것과 관련 "증권사들과 맺은 스와프(SWAP) 계약을 통해 공시 의무를 피했을 것"으로 분석한다. 헤지펀드업체가 수수료를 주고 특정 주식을 매도하도록 스와프(교환)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증권사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미래에셋자산운용, 아샘자산운용, 브레인자산운용 등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공매도 세력으로 노출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외국계 헤지펀드들은 공시 의무를 교묘히 피하고, 국내 기관 투자자들은 매매 전략을 드러내는 상황이 돼 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이투자증권 강상곤 중앙지점장은 "처음에는 코스피 2000선 위에서 공매도가 증가하는 패턴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영향도 있었지만, 제도 시행 한 달이 지나면서 이러한 현상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