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선효과'로 2금융권 대출 폭증
- LTV·DTI 강화도 대책서 빠져

올해 상반기 국내 가계부채는 54조 원 이상 증가해 총액이 1260조 원에 달한다. 정부가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시행했지만, 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2분기에만 사상 최대인 10조 원 넘게 폭증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25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시장의 공급 물량을 규제해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늦추는 내용이 담긴 방안을 발표한 것도 기존 금융 규제만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집단대출이 표적

이번 가계부채 정책의 주요 표적은 아파트 집단대출이다. 올해 상반기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23조6000억 원 중 집단대출(11조6000억 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9.2%에 달했다. 지난해 말 비중은 12.4%였다. 아파트 분양시장이 호조를 보이며 신규 분양물량이 쏟아져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월 수도권에서 시작해 5월부터는 전국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했다. 그러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아파트 중도금 대출(집단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잡지 못했다.

정부는 집단대출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7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 건수를 1인당 2건 이내로 제한하고 보증 한도도 수도권과 광역시는 6억 원, 지방은 3억 원으로 제한했다. 분양가 9억 원 이상은 보증 대상에서 제외했다. 여기다 두 달 만에 택지공급 물량 축소, 주택분양보증 심사 강화라는 추가대책을 내놓았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에 처음으로 주택공급을 조절하는 수단을 포함한 것은 공급 과잉이 현실화할 경우 집단대출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강했기 때문이다.

■분양권 전매 제한 빠져

주 관심사였던 분양권 전매 제한은 대책에서 제외됐다. 신규 분양 아파트의 매매를 일정 기간 금지하는 분양권 전매제한은 강력한 규제 수단이다. 현재 공공택지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은 1년, 수도권 민간택지는 6개월이다. 금융당국은 전매제한 강화를 요청했지만, 주택·건설 경기 위축을 우려하는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대책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보다 완화된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다시 강화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정부는 이전 수준으로 환원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2014년 LTV는 50~70%에서 70%로, DTI는 50~60%에서 60%로 1년간 완화한 뒤 계속 연장해 왔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에 분양권 전매 제한과 LTV·DTI 강화 등의 핵심적인 대책이 빠져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BNK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취업, 창업대책이나 가계 소득 증대 대책을 패키지로 내놓아 돈을 빌리려는 수요 자체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