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억 +α지원까지 첩첩산중
- 하역 작업에만 1700억 들 전망

한진해운 선박의 미국 항만 하역이 10여 일 만에 재개됐지만 물류대란은 완화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긴급 지원금 '2000억 원 + α' 투입이 사실상 무산된 데다 미국 내 철도 및 트럭 운송 업체들이 한진해운 화물의 육상 운송을 거부하고 있다. 컨테이너선 70여 척은 여전히 짐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 롱비치 항에 닻 내린 한진그리스호-미국 뉴저지 법원이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류금지명령 신청을 승인함에 따라 한진그리스호가 10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인근 롱비치 항에 입항,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미국 현지 내륙 운송 거부 사태

11일 새벽 2시(현지시간 10일 오전 10시)부터 미국 서안 로스앤젤레스 인근 롱비치 항에서 한진그리스호에 대한 하역 작업이 시작됐다. 미국 법원이 10일 한진해운 선박에 대한 압류금지명령(스테이 오더) 신청을 승인함에 따른 조치다. 지난달 20일 부산항을 떠나 지난달 말께 롱비치 항구 인근에 도착했지만, 인근 해역을 맴돌던 한진그리스호는 하역비 150만 달러(16억5900만 원)를 롱비치 항만 터미널에 내고 접안했다. 21명의 선원은 승선 21일 만에야 육지를 밟았다.

지금까지 한진해운의 압류금지명령 신청을 승인한 국가는 미국 일본 영국 등 3곳이며 싱가포르에서는 잠정 발효됐다. 롱비치에서는 한진그리스호에 이어 한진보스턴호, 한진정일호, 한진그디니아호 등 나머지 선박도 순차적으로 하역을 재개할 계획이다.

하지만 철도 및 트럭 운송업자들이 한진 물량의 내륙 운송을 거부하고 있어 물류대란은 해소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육송 물류 입장에서 화물의 부두 도착은 물류의 시작 단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보유한 컨테이너선 총 97척 중 이날 현재까지 하역을 완료한 선박은 총 20척에 불과하고, 76척은 거점 항만 주변 등에서 여전히 짐을 풀지 못한 채 대기 중이다. 이들은 부산·광양(36척), 싱가포르(21척), 미국 롱비치(4척), 시애틀(3척)·뉴욕(3척), 독일 함부르크(3척), 스페인 알헤시라스(5척), 멕시코 만젤리노(1척) 항 근처에서 33만7504TEU(길이 6m짜리 컨테이너 1개분)의 화물을 싣고 대기하고 있다.

■ 지원금 투입 가능성 갈수록 희박

정부와 모기업, 대주주가 하역 작업을 위해 투입하겠다던 2000억 원 이상의 긴급 자금 집행 가능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어 한진해운에 대한 600억 원 지원 안건을 결의했다. 그러나 한진해운이 보유한 미국 롱비치터미널 담보를 먼저 취득한 뒤 자금을 대여하는 조건이 붙어 있어 실제 집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롱비치터미널을 담보로 잡으려면 한진해운(54% 지분 보유)이 이미 담보 대출 중인 6개 해외 금융기관과 또 다른 대주주인 MSC(46% 지분 보유)로부터 모두 동의를 받아야 해 가능성이 작고, 동의를 받더라도 자금 집행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려 물류대란을 조기에 수습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400억 원) 출연 역시 이번 주 중 집행될 예정이지만, 물류대란의 불을 끄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당정이 밝혔던 '1000억 원 + α' 역시 요원하다. 업계에서는 순수하게 하역작업만 마무리하기 위해 1700억 원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렬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