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시장에서 투기자(speculator)라는 용어는 도박꾼(gambler) 또는 무모한 투기꾼(plunger)과 비슷한 뜻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투기자라는 'speculator'는 '면밀하게 조사하고 관찰한다'는 뜻의 'speculare'라는 라틴어에서 유래됐다. 이들은 미래를 관찰하다가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행동하는 투자자쯤으로 여겨야 한다.
파생상품시장은 원래 시장 참여자들에게 노출된 가격변동 위험을 회피하게 하는 수단으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위험회피기능 이외에 투자수단으로서의 성격이 더욱 두드러진다. 따라서 파생상품 거래는 그 이용 목적에 따라 현·선 연계 거래 형태로 행하는 위험회피를 위한 헤지거래, 공짜 점심이라 일컬어 지는 무위험 이익 획득 목적의 차익거래, 그리고 파생상품시장만 이용하여 '저가매수(buy-low)' 및 '고가매도(sell-high)'를 통하여 이익을 추구하려는 투기거래로 구분된다.
구체적으로는 투기거래는 선물시장에만 참여하여 선물계약의 매입·매도 중 한가지 포지션만 거래함으로써 이득을 얻고자 하는 거래를 말한다. 상승장에서는 매수포지션으로, 하락장에서는 매도포지션으로 한방향 거래로 선물의 레버리지 효과를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거래 유형이다. 따라서 투기거래는 방향성에 대한 예측거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예측투자자들은 파생상품의 핵심인 헤지기능이 원활히 작동되도록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만약 시장참여자가 예상하는 가격 방향이 같은 헤지거래자들 뿐이거나 우연히 방향성을 달리하더라도 시간차가 있으면 헤지거래는 성립하지 않을 것이다. 이때 헤지 거래가 성립되도록 상대방이 되는 것이 투기거래자들인 것이다. 따라서 투기 거래란 현재 거래시점에서 장래 현물가격을 예측함에 있어 시장정보의 수집 및 면밀한 분석을 거쳐 'buy-low' 및 'sell-high 원칙'에 따라 행하는 거래이다. 따라서 파생상품시장에서 이러한 거래형태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의미의 투기라고 여기기보다는 투자라고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인다.
물론 고위험(high risk)-고수익(high return)인 파생상품시장에서 투기가 진정한 의미의 투자가 되려면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고수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장래 현물가격(선물가격)의 예측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충분한 정보수집 및 분석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고위험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것은 자신이 보유한 자산의 규모에 비해 과도한 거래를 억제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요건의 구비없이 파생상품시장에 참여하면 소위 말하는 묻지마 투자가 되어 과거 부동산 투기에서 비롯된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임순영·한국거래소 파생상품연구센터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