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보위협 가중" 최종 결론
- 국내 포털사·IT업계는 환영
- 재검토 가능 방침 불씨 남아

정부는 18일 글로벌 IT(정보기술) 기업인 구글의 '한국 지도 반출 요청'에 대해 안보상의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국내 IT 업계는 4차 산업의 핵심 기술인 '공간정보'가 해외 기업에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정부 역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 압력 가능성에 맞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구글의 재신청을 전제로 한 정부의 '재검토 가능' 방침이 새로운 불씨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이 18일 구글의 '한국 지도 반출 요청' 관련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과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통일부 등 8개 부처로 구성된 '지도 국외 반출 협의체'는 이날 국토지리정보원에서 회의를 열어 "구글이 요청한 상세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2007년 처음으로 우리 정부에 반출을 요청한 구글은 그동안 지속해서 거부당하자 지난 6월 "5000 대 1 축척의 한국 지도 데이터를 미국에 있는 구글 본사와 전 세계 데이터센터 14곳에 저장하는 것을 허용해 달라"며 공식 신청서를 냈다. 구글은 이 지도를 서버에 탑재하고 구글의 위성영상과 융합해 위치정보기반 서비스를 할 계획이었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월 수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으나 내부 의견이 엇갈린 데다 구글 측에서 추가 협의를 요청한 탓에 한 차례 연기했고 이날 최종 결론을 냈다.

구글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통상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도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한국의 공간정보가 일개 민간기업에 넘어갈 경우 국가 안보가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토지리정보원 최병남 원장은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안보 위협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어 이를 해소하기 위한 보완 방안을 제시했으나 구글 측에서 수용하지 않아 반출을 불허했다"고 설명했다. 최 원장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그간 구글 측과 협상을 벌이면서 "구글이 서비스하는 외국판 구글 지도의 위성 사진에서 군부대 등 한국의 안보 민감 시설을 보이지 않게 하거나 흐리게 처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구글은 "최신·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 원장은 "구글이 지도 반출을 다시 요청하면 (우리 정부도) 재검토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날 정부 결정에 대해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주요 포털사와 전문가들은 일단 환영 의사를 밝혔다. 네이버는 입장 자료를 통해 "지도를 기반으로 한 미래 산업 경쟁에서 글로벌 기업에 뒤처지지 않도록 혁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검토 방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공간정보통신 김인현 대표는 "구글이 재신청할 경우 정부가 오늘과 같은 결정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옥재 이석주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