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금리인상·트럼프 정부 출범
- 中 무역 압박 등 대외악재 산적
- 기업 총수들 특검 수사도 남아
- 혼란 계속 땐 최악 상황 우려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가결되면서 '청와대 게이트' 발발 이후 한 달 넘게 방치돼 온 한국 경제는 정치적 리스크를 조금이나마 걷어낼 수 있게 됐다. 적어도 지리멸렬한 탄핵 정국의 지속과 부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만큼은 피한 셈이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 따른 국정 혼란, 미국 금리인상 등 대내외 악재가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앞으로가 경제 회복 여부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재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 경제 관련 전문가들은 특히 불확실성을 걷어내기 위해서 무엇보다 경제 정책이 중심을 잡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경제 컨트롤타워 기능이 하루속히 복원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홍익대 김유찬(경영학부)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안 인용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길게는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급격한 경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국 경제는 당장 다음 주 미국의 금리인상과 내년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압박 지속과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 난항 등 해외에서 불어오는 태풍급 바람에 휘청대고 있다. 한국 경제를 외풍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정부의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 경제계 역시 계속되는 불확실성 속에서 경제 난맥상이 계속되는 만큼 정국 안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산상공회의소 조성제 회장은 "그동안 정국 혼란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고, 해외에서도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이 조속히 사태 해결에 나서 정국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건설협회 정현태 부산시회장은 "정국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어서 당분간은 투자를 미루거나 중단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최근 침체 일로에 놓인 부산 건설 시장은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지역 전시·컨벤션업체 리컨벤션 이봉순 대표는 "국제행사 유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건은 국가와 도시의 안정성이다. 앞으로 국정 운영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안정된 대외 이미지를 심어줘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요 그룹도 '청와대 게이트'와 관련한 특검 수사를 앞두고 있어 총수를 중심으로 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이 제한된 상황이다. 주요 그룹들은 이번 탄핵소추안에 '제3자 뇌물죄'가 적시된 탓에 자칫 총수를 포함한 핵심 임원들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경제 회복과는 별개로 정경유착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석주 이병욱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