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몰락으로 줄곧 제기됐던 부산항의 기반 붕괴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글로벌 해운동맹의 올해 항로 개편 결과 부산항 기항이 대폭 줄어든 데다 덩치가 커진 해운동맹의 부산항 신항 터미널 운영사에 대한 하역료 후려치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현재 2M(머스크·MSC), CKYHE, 오션3, G6 등 4개인 해운동맹은 오는 4월 2M, 디얼라이언스(하파그로이드·MOL· NYK·K-라인·양밍), 오션(CMA CGM·코스콘·에버그린·OOCL) 등 3개로 재편된다. 2일 항만업계에 따르면 해운동맹이 최근 발표한 올해 항로 개편 결과 디얼라이언스는 전체 25개 항로 중 부산신항 기항은 9개, 오션은 38개 중 9개뿐이다. 재편 이전 2M을 제외한 기존 3개 해운동맹의 지난해 부산신항 기항 항로 수는 25개였는데, 무려 7개 항로가 줄어든 것이다.

특히 한진해운의 시장점유율이 7.4%로 전체 4위였던 북미항로에서 디얼라이언스는 16개 항로 중 5개, 오션은 20개 중 4개만 부산신항 기항에 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신항 기항의 대형 모선이 감소하면서 이곳을 환적기지로 활용하던 중국과 일본의 환적화물 감소는 불가피하다. 당장 독일과 일본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와 프랑스와 범중국계 해운동맹인 오션은 회원선사들의 요구로 각각 일본(고베·도쿄·요코하마)과 북중국(톈진·칭다오·다롄) 항만 직기항이 현실화돼 부산신항 환적화물의 이탈은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 중 북중국 환적화물은 국내 환적화물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와 함께 글로벌 해운동맹은 막강한 영향력을 내세워 부산신항 터미널 운영사에 대해 과도한 하역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최대 해운동맹인 2M은 부산신항에서 연간 360만 개의 화물처리 실적을 내세워 2부두 운영사인 PNC에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해 최근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세계 최저 수준의 하역료를 받는 부산신항의 5개 터미널 운영사는 물량 확보를 위해 해운동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성결대 한종길(동아시아물류학부) 교수는 "한진해운과 같은 정기 원양선사가 사라진 부산항으로선 지금까지의 위상을 유지하는 게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