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금융기관들은 신년사를 발표합니다. 연말에 미리 내놓은 곳도 있고, 지난 2일 올해 첫 월요일 시무식과 함께 알린 곳도 있습니다. 내용은 기관마다 특성이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자신만의 인장(印章)처럼 사자성어나 명언 등을 하나씩 인용하는 겁니다. 올해 자신이 몸담은 기관의 계획과 포부를 압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묻어나는 이 사자성어나 명언을 통해 올해 금융의 상황을 점쳐보는 것은 어떨까요.

▷'상유십이(尙有十二)'=올해는 정유년입니다. 420년 전 정유년(1597년)에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 나서기 전 했던 말입니다. "신에게 아직 12척의 배가 있으니 죽을 힘을 내어 싸우면 해낼 수 있는 일입니다." 금융위원회 임종룡 위원장은 금융위 직원들에게 "소명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단단한 기개와 각오로 임할 것"을 당부하기 위해 이 말을 썼습니다.

▷'침과대적(枕戈待敵)'=금융감독원 진웅섭 원장은 "창을 베고 자면서 적을 기다리는 굳건한 자세로 업무에 임해달라"고 임직원에게 강조했습니다. 감독당국으로서 위험의 징후를 찾아내는 혜안, 그 원인을 돌아보고 결과를 내다보는 통찰, 한 발 앞서 경고하고 대응하는 용기라는 덕목을 갖출 것을 요구했는데, 이는 언론의 역할과도 크게 다르지 않네요.

▷"길을 가다가 돌이 나타나면 약자는 그것을 걸림돌이라고 말하고 강자는 그것을 디딤돌이라고 말한다"=한국거래소 정찬우 이사장은 영국 사상가 토머스 칼라일의 말을 인용했습니다. "자본시장에는 크고 작은 장애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수많은 위기를 딛고 자랑스러운 자본시장을 만들어 온 것처럼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대처하자"는 의지를 담았습니다.

▷'승풍파랑(乘風破浪)'=중국의 송서(宋書)에서 따온 이 말은 '바람을 타고 파도를 헤쳐 나간다'란 뜻입니다. 산업은행과 신한은행이 나란히 인용했습니다. 바람과 파도가 거세다는 것이 현 상황을 잘 보여주는 말이라 인기를 누린 것 같네요. 신은 조용병 행장은 "우리 신한호가 출항해 나아갈 바다에는 불확실성의 안개와 파고가 가득하다"고 합니다. 산은 이동걸 회장은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나아간다는 의미"라고 풀이합니다.

그러나 거의 모든 기관의 신년사에 빠짐없이 출현한 최고 인기 사자성어(?)는 따로 있습니다. '불확실성'.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