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항 하역·운송 부가가치 60%
- 싱가포르항 등에 비해 비중 높아
- 선박수리·선용품산업 등은 낮아

- 해사법원, 해사분쟁 유치 가능
- '한국선박' 설립, 해양금융 확대
- 크루즈선 입항 늘어 거점항 활기

노르웨이 컨설팅업체인 메논이 2015년 내놓은 세계 해운도시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은 해운도시 종합평가에서 11위에 그쳤다. 1위 싱가포르, 2위 함부르트, 3위 오슬로, 4위 홍콩, 5위 상하이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제 부산도 물동량 일변도의 항만정책에서 벗어나 해사법률, 선박금융, 크루즈산업, 선박수리산업, 선박급유업, 선용품산업, 항만배후단지 등이 결합한 고부가가치 항만클러스터를 지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항도 물동량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선박금융, 선용품산업 등 항만클러스터를 지향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진은 부산신항에서 하역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고부가가치 항만 척도 변해

우종균 동명대(국제물류학과) 교수는 전 세계 주요 항만의 피고용자 보수, 영업이익 등 다양한 지표를 이용해 부산항의 부가가치를 산출한 결과, 부산항의 부가가치 규모는 6조 원 정도이고 이는 싱가포르의 35%,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34%, 상하이의 34%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화물의 t당 부가가치액도 부산항은 2000여만 원으로 싱가포르와 로테르담의 67%, 상하이항의 86%에 그쳤다.

이는 부산항의 부가가치 창출원이 화물의 하역 보관 운송 등 단순기능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항의 부가가치 중 60.3%가 하역 보관 운송에서 발생한다. 선박수리, 선용품, 벙커링, 금융 및 법률컨설팅 등 해운분야의 부가가치는 22.1%, 항만배후단지 운영, 첨단기술, 항만 설계 및 컨설팅 등 항만 관련 산업의 부가가치는 17.7%에 불과하다. 반면 싱가포르와 로테르담, 상하이는 하역과 운송이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9.1%, 17.3%, 33.3%에 그쳤다.

우 교수는 "부산항은 컨테이너 터미널을 중심으로 하는 부가가치 의존도가 높은 반면 싱가포르, 로테르담, 상하이 등은 해운, 항만 관련 산업 등 모든 분야에서 골고루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그는 부산은 세계 1위의 조선·기자재산업, 세계 6위권 물동량 처리능력, 세계 1, 2위를 다투는 전자·ICT라는 좋은 해양 비즈니스 여건을 갖추고도 물동량 증대에만 치우친 정책 불균형 때문에 막대한 부가가치를 외국에 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조선소에서 만든 선박 중 4% 정도(2010~2015)가 국내에서 수리하고, 부산항 입항 선박의 급유비율은 10%(2014)이다. 부산항 입항 선박의 60%가 싱가포르에서 선용품을 구입하고 있는 것 등이 단적인 예다.

우 교수는 "이제 우리도 부산항의 물동량 수치에만 매달리지 말고 해운·항만 지원서비스 산업을 육성해 부산항을 고부가가치 항만으로 성장시키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해사법률·해운금융·크루즈산업…

부산시는 최근 아시아권 해운·금융·법률 등 해운지식 서비스 산업 중심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해사전문법원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에는 현재 해상소송 자체가 없어 대부분 민사소송으로 처리한다. 국제무역분쟁도 해사소송이 아닌 국제상사소송으로 인식하는 수준이다. 해사소송 전문법원의 부재로 대부분의 해사분쟁은 영국 런던과 중국의 해사법원을 이용한다. 국내 학계에서는 이런 소송비용의 해외 유출 규모가 연간 최소 3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사소송의 모법국가인 영국은 1920년대부터 해사법원을 설치했으며, 중국은 상하이 대련 청도 닝보 등 10개 주요 항만도시에 현장성 강화를 위해 해사법원 10개와 지원 34개를 운영하며 유럽 중심의 해사사건을 중국으로 유도하고 있다.

정영석 해양대(해사법학부) 교수는 "한중일 3국의 해상물동량이 전 세계의 절반이 넘고, 선박건조량 또한 한중일 3국이 전 세계 건조량의 7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부산이 그 중심에 있다"며 "선박건조 시 계약 컨설팅이나 운송계약 시 법률서비스의 30% 정도만 부산에서 이뤄져도 8조 원가량의 부가가치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해사법원은 이러한 법률서비스가 이뤄지기 위한 하드웨어적 상징성으로 필요하다"며 "해사법원 유치전략으로 우선 해사소송법 제정과 법원조직법 등 개정을 위한 입법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금융의 확대 또한 부산항을 고부가가치 항만으로 견인하는 한 요소이다. 해운업과 조선업에 대한 안정적인 자본조달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달 부산에는 우여곡절 끝에 한국선박회사 설립된다. 이동해 해양금융종합센터장은 "이미 부산에 입주한 해양금융종합센터(선순위 대출·보증), 해양보증보험(후순위 대출보증)과 함께 해양금융이 기능적으로 완결돼 경기만 회복되면 선순환의 역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가가치 창출원인 크루즈산업도 최근 활기를 띄고 있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2003년 18회 입항에 6400명이 들어온 이후 지난해에는 210회 입항에 57만 명의 관광객이 부산에 들어왔다. 2015년에는 아시아 최대 크루즈선인 16만t급 퀀텀호가 부산항에 첫 입항 후 지금까지 초대형 크루즈선이 52회나 입항하는 등 크루즈 거점항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이달 초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이 부산항대교 통과 제한 높이를 현행 60m에서 63m로 상향 조정해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이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는 크루즈선이 235회 입항에 59만 명의 관광객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